강수환 / 인하대학교 / ‘멀리서 보기’를 통해 본 영상 콘텐츠의 각색과 정치성 연구: 디즈니 프린세스 시리즈를 중심으로 / 2억 / 60개월 / 2025년도 (A유형)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예비선정
연구목표:
■ ‘멀리서 보기’, 새로운 시각 연구의 필요성
본 연구는 ‘멀리서 보기’(distant viewing) 방법으로 영상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을 목표한다. 멀리서 보기란, 분석 텍스트를 분석자가 가까이에서 보고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독법인 ‘근거리 보기’(close viewing)에 상대되는 개념으로, 컴퓨터 비전 기술을 활용하여 대규모 시각 데이터 세트로부터 패턴을 발견하고 의미를 해석하는 방법론을 일컫는다. 멀리서 보기의 가장 큰 장점은 방대한 양의 시각 데이터를 계산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규모 이미지 데이터 세트를 분석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면, 탐색할 수 있는 시각 문화연구의 주제와 범주의 확장도 가능하다.
멀리서 보기는 “새로운 시각적 커뮤니케이션”의 한 가지 형태이다. 주지하듯 이미지는 언어 기호 체계와는 다른 방식으로 의미작용을 일으킨다. 이때 의미는 형태, 색상, 크기, 오브제의 배치 등 다양한 맥락에 의해 생성된다. 컴퓨터 비전 알고리듬은 인간의 시각 체계를 모방하는 전산 기법이지만 차이가 있다. 컴퓨터는 디지털 이미지를 픽셀(pixel)로 저장하며, 이는 색상 등의 정보를 포함하는 숫자로 표현·처리된다. 즉 컴퓨터 비전이 ‘보는’ 것은 이미지가 아닌 숫자이며, 이는 인간의 해석 체계와 다른 이미지 처리 방식이다.
인간은 대규모의 이미지로부터 시각적 변형을 감지하고 공통된 요소를 식별하는 작업을 정량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우나, 컴퓨터는 이를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알고리듬을 통해 ‘보는’ 작업은 숫자로 변환된 이미지 데이터 처리에 기초한 작업이므로 연구자의 시각적 해석을 보충적으로 필요로 한다. 따라서 멀리서 보기는, 단순히 컴퓨터 비전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 기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컴퓨터의 ‘보기’가 지닌 가능성과 한계를 상호 참조함으로써 디지털 시각 문화에 포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해석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멀리서 보기 방법을 활용하여, 디즈니 ‘프린세스 시리즈’(princess series)의 각색이 실질적으로 어떤 정치성을 내포하고 생성하는지를 다각도로 탐구하는 것을 목표한다.
■ 각색과 정치성에 관한 생산적 논의 기틀 마련
디즈니의 프린세스 시리즈는 국제적으로도 커다란 문화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문화콘텐츠이다. 이들은 세계적으로 많은 어린이의 사랑을 받아왔으나, 한편으로는 내용과 형식의 차원에서 보수주의적 가치관을 반영한다는 점이 비판되기도 했다. 이러한 비판에 응답하고자 디즈니는 진취적이고 주체적인 새로운 공주 캐릭터와 이야기를 제작·발표하고자 했으며, 근래에는 원작 애니메이션을 실사영화로 각색함으로써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다만 디즈니의 실사영화 각색에 따른 정치적 논의는 특히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라는 주제로 협소하게 진행된 면이 크다. 그러나 단지 등장인물의 대사, 인종적 배경, 성격을 일부 조정하는 것만으로 원작이 내포하던 보수적 이데올로기가 갱신되거나 정치성을 획득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상기한 요소처럼 눈에 띄는 몇몇 조정에 관해 평하는 것을 넘어, 텍스트에서 이루어진 각색 전반과 정치적 효과에 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본 연구는 디즈니 프린세스 시리즈 텍스트를 중심으로 애니메이션, 실사영화, 그 밖의 비교 텍스트로부터 추출한 데이터 요소들을 멀리서 보기의 방식으로 분석할 계획이다. 전술했듯 이미지는 언어 기호와는 다른 방식의 인코딩/디코딩 과정을 통해 의미를 생성하며, 궁극적으로 영상 콘텐츠는 이미지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한다. 따라서 만약 디즈니의 각색이 보수주의적 이데올로기를 극복하는 어떠한 성취를 거두었다면, 이러한 의미작용은 반드시 영상 이미지를 통해 이루어져야만 한다.
이에 본 연구는 각색의 과정에서 발견되는 이미지의 변형, 조합, 패턴 등을 멀리서 보기를 통해 입체적으로 살피고, 도출된 결괏값들을 종합적·비판적으로 분석할 것이다. 이로써 각색과 정치성에 관한 상관성을 여러 측면에서 심층적으로 바라봄으로써 생산적인 논의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한다.
기대효과:
■ ‘멀리서 보기’ 방법에 기초한 영상 각색의 이론화
각색에 관한 여러 서사학적 이론이 존재하고 있으나 전산 비평적인 방식의 이론화 시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본 연구는 영상 텍스트의 안팎을 구성하는 중요 요소들이 각색의 과정에서 어떤 변동을 보였는지 정량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이론화 작업을 수행할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디즈니의 각색 전략과 정치성에 관한 논의를 수행할 것이나, 본 연구는 해당 결과를 디즈니 시리즈 분석에만 국한하지 않고 연구 결과 및 방법론을 확장적으로 적용함으로써 보편적인 이론화를 도모할 것이다. 이에 영상 각색 이론 전반 차원에서 학술적 기여가 가능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아가 생성형 AI의 출현 이후 ‘창작’은 인간만의 영역이 아닌 기계가 도전할 수 있는 한 가지 활동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술 조건이 변화하는 현시점, 정량적 방법에 기초한 서사 이론화 작업은 점차 더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본 연구의 결과는, 서사의 창작 및 각색을 컴퓨터와 수행하거나 컴퓨터의 생성물을 인간이 이해하는 데에 활용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 후속 연구 연계 및 확장 기대효과
본 연구는 연구 과정에서 사용되었거나 도출된 일련의 데이터를 중간 결과물로 공유할 계획인데, 연구자는 이 데이터를 직접 활용하거나 보완·수정하여 후속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이때의 데이터는 성격상 영상 연구, 문화 연구, 각색 연구, 컴퓨터 비전 연구 등 여러 학문 분과가 공통의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제 간 후속 연구를 통한 성과 확산을 기대할 수 있다. 추가로 디즈니의 각색을 둘러싼 정치적·문화적 쟁점과 논의를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기초 근거로 본 연구 결과가 활용되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 교육 자료로의 활용 방안
최근 인문·예술 연구 전반에서 디지털적 관점·방법의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연구자가 개별 연구를 진척하는 것만큼이나, 관련 이론 및 실재를 후속 연구자 또는 학생들과 나누는 일의 중요성 또한 나날이 커지고 있다. 본 연구자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참조·검토한 이론, 기술적 방법론, 데이터 구축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하여 교육 자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적지 않은 수가 여전히 인문·예술 텍스트를 데이터로 바라보고 접근하는 일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을 자주 확인할 수 있다. 본 연구가 다루는 디즈니의 텍스트들은 학생들에게도 익숙할 뿐 아니라, 디즈니의 각색을 둘러싼 문화적 논쟁 역시 이들에게 얼마간 쟁점이 되는 사안이다. 그러므로 본 연구를 바탕으로 교육 자료를 구성한다면 이러한 접근법에 막연함을 느꼈던 학생들도 낯설지 않게 수용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연구요약:
■ 연구 대상
본 연구는 멀리서 보기 방법을 활용하여, 디즈니 ‘프린세스 시리즈’의 각색이 실질적으로 어떤 정치성을 내포하고 생성하는지를 탐구한다. 디즈니 프린세스 시리즈는 세계적 영향력을 발휘했지만, 동시에 현시대의 가치와 부합하지 않는 보수적 이데올로기를 내포한다는 점이 비판되었다. 이에 디즈니는 기존 ‘오리지널 프린세스’ 원작 애니메이션을 실사영화로 각색하면서 현대적인 가치관과 정치성을 반영하려는 노력을 담았다. 본 연구는 그 가운데서도 동일한 스토리 뼈대를 공유하는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 <알라딘>, <인어공주> 등을 중심적으로 분석할 것이며(<백설공주>는 잠정 보류), 또한 디즈니 외 제작사에서 각색한 영화와의 비교도 병행하여 폭넓은 해석을 도출하고자 한다.
■ 연구 방법
본 연구는 첫째로 이론적 프레임워크 구축, 둘째로 멀리서 보기를 통한 데이터 세트 분석·해석이라는 두 축을 병행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먼저 이론적 프레임워크의 구축에 관해서다. 본 연구의 탐구 주제인 ‘정치성’은 정량적 계산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주제이다. 따라서 멀리서 보기 방법을 적용하기에 앞서 이론적 전제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 단계에서는 ‘어떤’ 정치성을 규명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 확립, 분석 범주를 구축하는 작업, 해당 요소를 정량적으로 계산 분석할 방법론 수립 등의 작업을 수행할 계획이다. 이때의 기준은 ‘젠더 중심성’ ‘다양성’ ‘시각적 중심성’으로 삼을 계획이다.
둘째는 멀리서 보기를 통한 실제적 분석의 수행이다. 이 단계에서는 앞서 수행한 이론적 전제와 방법론을 바탕으로 실제적인 시각 데이터 세트의 분석 및 해석을 수행한다. 멀리서 보기 방법으로 분석하려는 목록으로는 플롯 분석, 대사 분석, 담론 분석, 형태론 분석, 스타일 분석이 있다.
플롯 분석은 스크립트 데이터를 통해 지문이나 대사 정보를 통해 누가 화자/청자로서 상호작용을 수행하는지, 상호작용의 빈도(가중치)는 어느 수준인지, 추가로 어떤 장소에서 이러한 작용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등의 정보를 추출하여 사회연결망 분석(SNA)을 수행할 예정이다. 자세히는 중심성 척도의 비교 분석, 인물 간 연결 밀도(dense connectivity) 비교 분석, 연결 방향성(directionality) 등을 분석하여 공주가 행위자로서 작용하는지 등을 양적으로 분석하고 그 의미를 해석할 것이다.
대사 분석과 담론 분석은 텍스트 분석 방법으로 수행된다. 대사 분석에서는, 각색된 텍스트의 캐릭터별 대사 발화량, 대사의 성격을 중심적으로 살핀다. 세부적으로는 젠더별 대사량 비율, 발화의 주도적 성격, 대사 내 감정 분석, 어휘 분석 등을 수행하여 여성 캐릭터의 주체성 및 인종적 배경에 따른 대사 성격(감정, 어휘 등)의 변화를 고찰한다. 담론 분석으로는 평론, 기사, 관객 반응 등의 텍스트를 분석하여 실사영화의 정치성이 외부적으로 어떤 비평적 반응을 불러일으켰는지를 살핀다. 이로써 디즈니의 각색이 어떤 쟁점을 발생시켰으며, 이것이 다른 측정값들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 맺는지를 논의한다.
형태론 분석은 프로프가 민담형태론을 참조하여, 화소(話素)에 해당하는 서사의 기본 요소의 함량과 결합 및 배치의 형태를 비교 분석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이 방법은 서사의 기본 요소가 되는 사건, 그리고 각 사건을 이루는 쇼트의 배치 형태를 함께 파악할 수 있으므로, 플롯, 대사, 비평 반응 분석에서 놓친 점을 입체적으로 보충할 수 있겠다고 판단된다.
시각 스타일 분석에서는 컴퓨터 비전을 활용하여 여성 캐릭터의 화면 내 면적 분석, 쇼트 분석을 통한 시점 분석, 화면 내 위치 분석, 화면 내 인물 간 배치 분석 등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이로써 여성 캐릭터가 시각적으로 어떻게 포착되는지, 각색된 영화에서의 시각 연출 스타일이 여성 캐릭터의 중심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는지 등을 파악한다.
최종 단계에서 본 연구는 상기한 분석들을 종합적으로 상호 참조함으로써 디즈니 공주 시리즈가 드러내는 각색의 효과와 정치성 사이의 관계를 양적·질적으로 파악한다.
키워드: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각색, 멀리서 보기, 정치성, 전산적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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