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철 / 금강대학교 / 인도불교에서 정려(靜慮, Jhāna/Dhyāna) 명상 이론의 기원과 발전 – 초기불교에서 유가행파까지 – / 6.3천만 / 36개월 / 2025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연구목표:
본 연구는 ⟪인도불교사상사에서 정려(靜慮/禪, Jhāna/Dhyāna) 명상의 기원과 발전과정⟫을 포괄적으로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ㅇ 정려 명상은 불교 문헌에서는 석가모니 붓다의 깨달음 과정에 대한 묘사부터 등장하는, 불교의 가장 오래되고 본질적인 수행법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려 명상은 불교 사상의 발전과 함께 그 의미와 해석이 변화해 왔으며, 다양한 불교 전통에서 점차 그 의미가 재해석되거나 역할이 축소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변화의 정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 『구사론』 「정품」의 정려 정의이다. 여기서는 정려의 본질은 ‘삼매(samādhi)’라고 규정되며, 그것의 역할은 사유의 ‘도구’로 국한된다.
ㅇ 이에 비해 초기 경전에 나타나는 정려 정형구는 직접적으로 삼매가 언급되지 않고, 감각적 욕망의 대상과 분리됨으로써 발생한 만족과 행복이나, 삼매로부터 발생한 만족과 행복 등 ‘만족’과 ‘행복’이라는 긍정적 심리 요소가 정려의 본질적 측면을 이룬다. 여기서 삼매는 만족과 행복을 산출하기 위한 토대가 될 뿐, 그 자체가 정려의 본질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려의 본질은 ‘만족’과 ‘행복’ 나아가 ‘평정’의 상태라는 정서적 느낌의 순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정화/순화된 정서적 느낌의 순화를 본질로 하는 정려는 그 자체로 고통의 원인인 갈애를 제거하여 열반을 성취하는 해탈도로서 기능한다.
ㅇ 정려의 어원적 의미에 관련해서, 초기 경전에 나타나는 정려 정형구 및 소수의 다른 용례로 판단할 때, 정려의 원래 어근적 의미는 ‘사유’보다는 ‘태움/제거’였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 점은 정려가 독자적인 해탈도로 기능하였을 것이라는 사실과 잘 어울린다.
ㅇ 본 연구는 이와 같이 초기 경전에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이론화하기 이전의 정려 개념의 본질과 역할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려 명상의 발전과 변용 과정 전체를 북전 문헌을 중심으로 추적함으로써, 정려 개념의 기원과 발전 과정을 포괄적으로 재구성하자 한다. 이를 통해 정려 명상이 가졌던 원래의 해탈도의 성격을 재발견 하고, 현대 사회에 어울리는 새로운 명상 이론 개발에 기반을 제공할 것이다.
기대효과:
본 연구는 불교학이라는 학문 영역과 사회적 영역에서 다음과 같이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ㅇ 정려 명상은 전통적으로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었을 때 수행한 명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후 명상 이론의 발전과정에서, 정려 명상의 성격 규정은 본질적으로 달라지고, 그 위상 또한 크게 축소된다. 이와 같은 정려 개념과 역할의 변화는 기존 연구에서는 일부 소수의 학자만이 주목했거나, 혹은 대부분은 이 과정을 정당화 하는 방식으로 논의되어 왔다. 무엇보다 이들 연구에서 결정적인 문제점은 정려의 원래 의미가 ‘사려’나 ‘삼매’가 아니라 ‘태움/제거’였다는 사실에서 출발하지 못한 점에 있다. 본 연구는 이 점을 명확히 함으로써 기존 연구를 재평가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해 준다.
ㅇ 인도불교뿐 아니라 불교 전체를 특징지우는 가장 중요한 지점 중 하나가 인간의 심리를 매우 세밀하고 정교하게 설명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심리 현상에 대한 설명은 명상 체험의 정교한 분석과 해석에서 출발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이론적 해석의 바탕이 되는 실제적 체험은 궁극적으로는 정려 명상의 경험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려 명상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심리적 현상들에 대한 철저한 탐구는 학파 간의 다양한 이론적 분기의 이유를 설명해 줄 단서가 될 것이다. 이 점에서 본 연구는 심리 현상 이론화 분야에서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
ㅇ 알라야식의 도입에 관한 문제의 핵심 중 하나는 설일체유부의 정려 명상 이론에서 제2정려 이상에서는 전5식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데 있다. 이는 정려 정형구에 나타나는 제3정려에서 신체로 경험하는 행복감의 존재라는 경전 문구의 주석 문제뿐 아니라, 명상 수행자에게 나타나는 실천적인 경험을 해석하는 것에 관해서도 문제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에서 지향하는 정려 명상에 관한 포괄적 연구는 알라야식 도입 문제에도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ㅇ 또한 본 연구는 불교학 분야를 넘어서 사회적으로 일정 정도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대부분의 일반인들이 접근하는 불교 명상은 정려 명상이 아닌 자각(sati/smṛti) 명상에 기반하고 있다. 전통적 자각명상은 정려 명상의 예비과정으로 간주되었다. 다른 한편, 현대 명상의 일부에서는 지나친 신비화와 산업화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ㅇ 정려 명상은 그 실천적 형태에서 만족・행복・자각・평정 등 일상적 차원의 긍정적 심리 현상이 본질을 이룬다. 현대 심리학의 용어를 빌리자면 행동 치료를 앞세운 정서 치료가 정려 명상의 본질인 것이다. 본 연구의 목적 중 하나인 정려 명상의 원형이 재발견/재해석 된다면 예비적 수준의 정념 명상이나, 신비적 형태의 체험을 극복하는 상식적인 형태의 명상 이론의 정립과 보급에 기여할 것이다.
연구요약:
ㅇ 본 연구는 인도불교에서 정려 명상 이론의 기원과 발전 과정을 초기불교에서 유가행파까지 포괄적으로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ㅇ 연구 내용은 크게 네 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첫째, 정려 명상의 기원과 원의에 관한 연구로서, 정려의 어근적 의미가 ‘사유’가 아닌 ‘태움/제거’였을 본 연구자의 기존 가설을 폭넓은 문헌과 언어학적 증거를 보완하여 증명하고자 한다. 둘째, 정려를 구성하는 심리적 요소들(만족, 행복, 평정 등)에 관한 개별적 연구를 통해 정려 명상의 본질을 이해한다. 이 과정에서 정려 개념의 본질이 삼매로 축소되고 그 역할은 통찰을 위한 도구로 국한되는 변화 과정을 재구성한다. 셋째, 정려 명상의 심리적 요소가 해체되어 다른 형태의 명상 형태로 발전하는 사례를 연구한다. 7각지의 성립 연구는 그 좋은 사례이다. 여기에는 4무색정, 8해탈 등 다른 명상과의 관계 설명 문제도 포함된다. 넷째, 알라야식 도입과 관련하여 제3정려의 신체적 행복 문제가 어떻게 알라야식 도입의 단초가 되었는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ㅇ 연구 방법으로는 문헌학적 방법과 개념사적 연구 방법을 결합하여 진행한다.
방대한 문헌에서 네 가지 주제의 가닥을 잡고 일관되게 추진하기 위해서 본 연구가 취하는 가장 핵심적인 전략의 하나는 『구사론』 「정품」과 야쇼미트라의 복주를 번역하면서, 「정품」이 제기하고 있는 논점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다. 실제로 「정품」은 본 연구가 제기하고 있는 네 가지 주제 중 알라야식의 도입 문제를 제외한 나머지 세 가지 주제를 매우 논쟁적인 형식으로 다루고 있으며, 이 문제에 관한 초기 경전의 전거와 타 학파의 주장 등을 매우 풍부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 점에서 『구사론』 「정품」 자체가 본 연구의 방향과 지침을 제공하고 있으며, 방대한 문헌에 바다에서 길을 잃지 않게 해 주는 부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정품」의 논의에 따르면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논의 주제를 적절하게 한정하여, 정해진 기간 내에 연구의 결과를 달성하게 해 주는 전략이 될 것이다.
ㅇ 본 연구가 취하는 또 다른 방법 중 하나는 디지털 인문학 방법론의 적용이다. 이미 불교학 분야에는 많은 문헌을 전산화하여 검색에 편리함을 더해주는 디지털 도구가 존재한다.
나아가 최근에는 Dharmamitra Project와 같이 LLM 기술에 기반한 고전어 번역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의 도움으로 기존의 연구 과정과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쉽게 원전 텍스트에 접근하고, 어느 정도 신뢰 가능한 수준의 번역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방대한 텍스트를 대상으로 하는 본 연구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ㅇ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디지털 기술이 제공하는 검색 기능과 Chat-gpt와 Claude 등 AI가 제공하는 기계 번역을 충분히 활용하여 연구를 진행할 것이다. 이 점 또한 본 연구의 성과를 달성하게 해 주는 데 기여할 것이다.
키워드:
정려(dhyāna), 태움(jhāpana), 만족(prīti), 행복(sukha), 자각(smṛti), 평정(upekṣā), 삼매(samādhi), 알라야식(ālayavijñāna), 구사론(Abhidharmakośa), 유가사지론(Yogācārabhūmi)
dhyāna, burning(jhāpana), satisfactory(prīti), happiness(sukha), mindfulness(smṛti), equinimity(upekṣā), samādhi, ālayavijñāna, Abhidharmakośa, Yogācārabhū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