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연 / 고려대학교 / 두보 기주 시 창작 시점과 장소 연구 / 5천만 / 24개월 / 2025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연구목표:
본 연구는 두보(杜甫)의 기주(夔州) 시기에 창작된 시들의 창작 시점과 장소를 면밀히 재검토하여, 기존 연구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해결하고 보다 정교한 분석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두보는 대력 원년(766) 봄부터 대력 3년(768) 초까지 약 2년간 기주에 머물며 400수 이상의 시를 창작하였으며, 이 시기의 시들은 그의 문학적 전성기를 대표하는 작품군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기존 연구에서는 기주 시에 대한 창작 시점과 장소 판정이 체계적이지 못했으며, 특히 청나라 구조오(仇兆鰲)의 ≪두시상주(杜詩詳注)≫에서 기주 시로 판정한 433수 가운데 100수 이상이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또한 기주 시기 두보의 거처는 서각(西閣), 적갑(赤甲), 양서(瀼西), 동둔(東屯) 등 여러 곳으로 나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석가들이 정확한 지점을 실제로 확인하지 못한 채 문헌 기록에만 의존해 오류와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기주 시의 창작 시점과 장소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보다 정확한 문학적·지리적 이해를 도모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1차 목표는 창작 시점을 재확정하는 것이다. ≪두시상주≫를 비롯한 8종의 주석·역주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두보 기주 시의 창작 시점을 재확정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433수의 시를 다음과 같이 세 등급으로 분류할 것이다.
- A급(15%): 시제에서 창작 시점이 명확한 시
- B급(55%): 시구에서 창작 시점 정보를 유추할 수 있는 시
- C급(30%): 창작 시점을 확정하기 어려운 시
A, B급 시의 창작 시점 정보를 최대한 활용하여 C급 시의 창작 시점을 정밀하게 분석하며, 기존 연구의 오류를 보완하고 수정안을 제시할 것이다. 특히 ≪두시상주≫에서 창작 시점 배정 과정에서 발생한 절기 계산 오류를 검토하여 보다 정확하게 창작 시점별로 기주 시를 배열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2차 목표는 창작 장소를 재확정하는 것이다. 창작 시점과 장소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므로, 창작 시점이 확정된 후 이를 기반으로 창작 장소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기주 시기의 거처가 다양했던 만큼, 기존 연구에서 특정 시의 창작 장소를 문헌에만 의존해 판정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한다. 예컨대 <閣夜>의 창작 장소를 서각으로 판정하는 기존 견해를 검토하면서, 서각이 실제 어떤 지리적 환경을 가졌으며, 당시 두보의 시적 감각과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분석하는 내용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문헌 연구, 현장 답사, 전자지도 활용, 새로운 역사 자료 활용 등의 방법을 동원하여 당시 지명과 경관을 보다 정확하게 복원하고자 한다.
기대효과:
- 본 연구는 최신 연구 방법론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분석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 주요 연구 대상으로 선정한 8종의 주석/역주서에서 기주 시로 언급된 작품은 총 474수에 이른다. 그러나 기존 연구에서 이들 문헌이 제시하는 창작 시점 또는 장소에 관한 다양한 논의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최근에는 데이터베이스의 축적과 검색․분석 기술의 발전으로 연구 범위의 한계를 점차 극복해 나가고 있다. 예컨대 8종의 참고문헌에서 편년이 모두 일치하는 작품 수는 152수로 집계되는데, 이러한 통계적 분석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신속하고 정밀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 본 연구를 통해 도출된 결과물은 후속 연구의 발전과 관련 연구 분야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본 연구는 크게 창작 시점과 장소에 대한 분석으로 구성된다. 창작 시점 연구는 고금의 주석/역주서를 망라하여 비교 분석하고 최적의 해석을 도출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창작 장소 연구는 문헌 연구, 도상 연구, 현장 연구를 아우르는 다각적 접근법을 통해 진행된다.
- 문학 연구 본연의 시각에서 보더라도 본 연구의 학문적 의의가 적지 않을 것이다. 시의 창작 시점과 장소를 분석하는 작업은 작품의 정서와 의미를 심층적으로 해석하는 데 기여한다. 첫째, 창작 시점의 시대적 맥락과 공간적 특성을 고려하면 시의 세계관과 정서 변화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특히 기존의 오류를 바로잡아 잘못 이해되어 온 방식을 수정해나갈 것이다. 둘째, 창작 장소의 실제 경관 속에서 시인이 감정을 형상화하는 방식을 확인하는 일은 ‘정경교융(情景交融)’이라는 중국의 시학 전통에서도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연구의 최종 결과물이라 할 ‘신편 두보 기주 시 창작 시점과 장소 일람’은 관련 분야 연구자에게 큰 편의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셋째, 문자에서 영상으로 전달 매체가 이동하는 현 시점에서 시 관련 정보를 시각적으로 제시한다면 일선 현장에서의 교육적 효과도 크게 증대될 것이다.
- 본 연구의 방법론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디지털 인문학 방법론과도 맞닿아 있다. 창작 시점 분석을 위해 원용하고자 하는 엔그램(N-Gram) 분석이나 창작 장소 분석을 위한 구글 어스 등의 활용이 그러하다. 생성형 AI의 확산과 함께 중국 고전문학 연구 또한 새로운 연구 방법론의 활용을 적극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에서, 본 연구는 그 방향을 제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전통적 연구의 엄밀함을 유지하면서도 전에 없이 접근성이 향상된 다양한 자료를 섭렵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조직화하여 창의적인 연구 결과를 도출하는 사례가 될 것이다.
연구요약:
본 연구는 가장 권위 있는 두보 시 주석서인 청나라 구조오의 ≪두시상주≫에서 기주에서 지은 시로 분류한 433수를 대상으로 창작 시점과 장소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자 하는 것이다. 2년 과제로 기획하여 1차년도에는 문헌 검토를 통해 창작 시점을 재확정하고, 2차년도에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창작 지점을 재확정할 것이다. 본 연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8종 문헌 종합 검토: 두보 시의 창작 시점을 분석하기 위해 고금의 주석·역주서 8종을 비교·검토한다. 분석 대상은 송대 ≪조차공집주≫, ≪보주두시≫, 청대 ≪두시상주≫, ≪독두심해≫를 비롯하여 현대 연구서까지 포함된다. ≪두시상주≫는 후대에 큰 영향을 미친 저작이나, 창작 시점 확정이 불완전하고, 근거가 부족한 시까지 무리하게 창작 시점을 확정한 한계를 지닌다. 특히 일부 시편을 ‘분문(分門)’ 방식으로 배열함으로써 창작 시점의 혼란을 초래했다. 예를 들어, 766년 작으로 확정된 다섯 편의 시를 배열하면서 계절적 특성을 무시하여 독자를 호도하기도 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기존 설이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새로운 창작 시점 판정을 제시하고자 한다.
(2) 창작 시점 재확정: ≪두시상주≫에서 기주 시로 판정한 433수를 A, B, C급으로 분류하고, 이를 바탕으로 창작 시점 재확정 작업을 진행한다. A급(15%)은 시제에서 기주 시가 명확한 시, B급(55%)은 시구에 관련 정보가 있는 시, C급(30%)은 판정이 어려운 시로 구분된다. 또한 ≪두시상주≫ 외 7종의 주석·역주서를 활용하여 이를 예컨대 ≪정본완역 두보전집≫은 <謁眞諦寺禪師>를 762년 작으로 보아 기주 시에서 제외했으며, ≪두보전집교주≫는 <將赴荊南寄別李劍州>를 기주 시로 편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력 원년(766)과 2년(767)의 시적 변화도 고려하여 창작 시점 확정을 정교화하면서 ≪두시상주≫의 절기 계산 오류도 재검토할 것이다.
(3) 지리 정보 검토: 창작 시점과 장소는 상호 연관되므로, 특정 시점에서 특정 장소에 존재했던 시인의 위치를 확정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까지 확인된 작품은 97수로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曉望>의 창작 장소에 대해 기존에는 동둔으로 보았으나, 위성 지도를 활용한 분석 결과 양서가 더 적합한 장소임을 시사하는데, 이는 도상 연구 및 현장 답사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본 연구는 이를 위해 네 가지 방법을 활용한다. 첫째, 주요 문헌을 참고하여 시편별 관련 지리 정보를 수집한다. 둘째, 봉절현 일대를 직접 답사하여 지명에 대한 현장 조사를 수행한다. 셋째, 삼협댐 완공으로 인해 수몰된 지역의 변화를 고려하여 전자지도를 활용한다. 넷째, 최근 발굴된 자료를 분석하여 지리 정보를 보완한다.
(4) 창작 장소 재확정: 두보 기주 시의 창작 장소를 ‘관념적 지명’이 아닌 실제 경관과 연결한다. 예를 들어, <中宵>에서 “西閣百尋餘”라는 구절이 등장하는 서각이 실제 어떤 경관을 가졌는지에 대한 구체적 연구가 부족하다. 본 연구에서는 다양한 자료를 통해 창작 당시의 경관을 복원하고, 이를 토대로 창작 장소를 재확정하고자 한다. 1946년 촬영된 백제성 사진을 바탕으로 서각의 위치를 추정할 수 있다. 창작 장소가 확정되면 이를 기반으로 해당 장소에서 지어진 작품들을 연쇄적으로 분석한다. 창작 장소의 재확정은 시에 나타난 공간적 표현과 실제 지형적 특성을 교차 검토하는 과정이다. 또한 특정 장소가 문학적 장치로 사용된 것인지 여부도 고려해야 하며,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당시 경관을 복원하는 작업도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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