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진 /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미래가치연구소 / 인류세 이후 인공지능 시대를 위한 동아시아적 월드 모델(World Model) 연구 / 2026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A유형) / 190,000 / 60개월

이원진 /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미래가치연구소 / 인류세 이후 인공지능 시대를 위한 동아시아적 월드 모델(World Model) 연구 / 2026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A유형) / 190,000 / 60개월

접수과제정보
접수번호2026011268
연구요약문
연구목표
(한글 2000자 이내)
본 연구의 목표는 유교·불교·도교로 대표되는 동아시아 사유 전통을, 현재 인공지능이 향하고 있는 미래 방향인 공간지능, 월드모델과 통합된 형태로 연결시켜, 인간–비인간 공존 존재론을 구축하는 데 있다. 그간 유불도의 동아시아 사유는 기존 서구 이론의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와 유사성 차원에서 반복적으로 논의되어 왔다. 유교의 수양론은 인간의 인식과 도덕 판단이 추상적 이성 이전에 몸·감정·습관·관계 속에서 형성된다고 보았고, 불교는 수행을 통해 인식 주체가 감각과 환경의 상호작용 속에서 변화하는 과정임을 강조해 왔다. 도교 역시 인간을 자연과 분리된 주체로 보지 않고, 기의 흐름과 환경 속에서 조율되는 존재로 이해해 왔다. 이러한 점에서 동아시아 사유는 서구 인지과학이 20세기 후반에야 본격적으로 이론화한 체화된 인지와 강한 공명을 이루어 왔으며, 그 결과 ‘동아시아 사유는 이미 체화된 인지를 알고 있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또한 본 연구는 동아시아 사유가 공유하는 장(field) 개념과 과정론적 세계 이해가 오늘날 인공지능 연구가 직면한 월드모델(world model) 논의와 깊이 연결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최근 인공지능 연구는 언어 중심의 워드 모델(word model)에서 벗어나, 환경을 인식하고 공간 속에서 작동하며 장기적 관계를 형성하는 월드모델인 피지컬 AI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이 더 이상 추상적 계산 장치가 아니라, 물리적 공간 속에서 인간 및 비인간과 상호작용하는 존재가 될 것임을 의미한다. 본 연구는 이렇게 변화하는 AI의 공간지능·월드 모델을 경유하고 적용하여, 인간의 체화(體化)를 넘어 운화(運化) 모델(최한기의 기철학 용어), 즉 통합된 존재론을 구축하려고 한다. 이는 동아시아 사유를 서구 인지과학의 선구적 유사 사례로 재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존재론적·윤리적 틀을 제시하려는 도전적 시도이다. 체화된 인지는 주로 개별 인지 주체의 신체–환경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추지만, 동아시아 사유는 애초부터 인간·기술·자연·사회가 하나의 장(field) 안에서 함께 변형되고 운행되는 세계 전체의 과정성을 사유해 왔다. 동아시아 사유의 강점은 ‘몸을 가진 인지’에 머무르지 않고, 공간적 배치, 관계적 흐름, 시간적 변형이 결합된 세계적 질서, 즉 운화의 사유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월드모델의 구축은 단기간에 완성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특히 로봇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몸을 가진 AI는 인간보다 훨씬 많은 관절과 자유도를 갖게 될 것이며, 그 결과 가능한 움직임과 행위의 경우의 수는 인간의 공간 지능을 압도적으로 초과하게 된다. 이는 인공지능이 세계를 학습하기 위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한 가상현실 실험과 시뮬레이션이 필요함을 의미하며, 우리는 앞으로 이러한 ‘인공지능의 월드들(worlds)’이 생성되는 국면을 본격적으로 맞이하게 될 것이다. 본 연구는 이처럼 도래가 확실하지만 아직 충분히 사유되지 않은 세계를 철학적으로 선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특히 당면한 문제 중 철학을 통해 접근해야 할 과제는 예측 가능성과 윤리이다. 월드모델이 확장될수록 인공지능의 행위는 더 복잡해지고 비선형적으로 전개될 것이며, 사후적 규제나 규범만으로는 인간–비인간 관계를 안정적으로 조율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생성하고 학습하게 될 세계 자체에 어떤 관계적 질서와 윤리적 방향성이 내재되어야 하는지를 미리 사유해야 한다. 본 연구는 이 지점에서 동아시아 사유가 축적해 온 운화적 세계 이해—즉, 통제보다 조율, 지배보다 공존을 중시하는 사유—가 중요한 이론 자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아울러 본 연구는 인공지능과 생태 문제를 분리하여 다루지 않는다. AI의 월드 모델로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대규모 데이터 센터, 막대한 연산 자원, 에너지 소비의 급증을 동반하며, 이는 기후 위기와 생태 불균형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인공지능이 생성하는 ‘세계’는 가상에만 머무르지 않고, 물질적 에너지 흐름과 환경 조건 위에서 작동할 것이다. 따라서 인간–AI 공존 모델은 기술 윤리 차원을 넘어, 에너지·환경·생태와의 공존 가능성을 함께 검토하는 존재론적 틀을 필요로 한다.
기대효과
(한글 2000자 이내)
인공지능과 생태 문제를 분리된 연구 영역으로 다루어 온 기존 접근을 넘어, 인간–기계–자연의 관계를 하나의 통합적 문제틀에서 사유하는 본 연구는 비교철학 연구라는 점에서 독창성이 있다. 특히 유교·불교·도교 삼교 사유를 단지 전통회귀적인 보조 자원이 아니라, 향후 AI가 발전모델로 제시하는 피지컬 AI가 살아갈 월드 모델(world model)이나 공간 지능(spacial intellingence)으로 재구성하는 이론적 기반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 즉 동아시아 철학이 현대 과학기술 논의의 핵심 이론 자원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입증하고자 하는 소중한 시도가 될 것이다.
이와 함께, AI의 윤리 차원에서도 본 연구는 사후 규제의 문제로 환원하지 않고, AI의 설계와 훈련을 가능하게 하는 존재론적·세계관적 전제 자체를 철학적으로 재검토하는 데 기여한다. 체화된 인지, 관계적 지능, 기(氣)의 운화(運化)에 기반한 세계 이해는 최적화나 경쟁 중심의 기존 AI 패러다임과 구별되는 대안적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향후 피지컬 AI나 물리 AI가 가장 많이 활용될 분야인 돌봄 로봇, 교육용 AI, 공공 AI 등 인간과 장기적으로 공존해야 하는 기술 영역에서 중요한 철학적 기준이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본 연구는 저출생·고령화, 돌봄 위기, 생태 다양성 위기라는 동아시아 사회가 먼저 당면한 문제를 기술적 해결(techno-fix)이 아니라 관계 재설계의 문제로 접근할 수 있는 사유 틀을 제시한다. 유교의 관계 중심 윤리와 실천적 인간 이해, 불교의 상호의존과 자비, 도교의 비지배적 자연관은 기술 발전이 초래할 수 있는 소외와 분절을 완화하는 문화적 자원이 될 수 있으며, 본 연구는 이를 현대 기술 환경에 맞게 이론적으로 재구성한다. 이는 기술 발전과 삶의 질 사이의 균열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인문학적 대안으로 작동할 것이다. 저출생과 고령화에 따른 돌봄 인구의 절대적 부족은 인류가 겪고 있는 공통된 문제이지만, 동아시아에서 특히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동아시아 기반 사상으로 해결책을 얻을 수 있다면 향후 AI연구에도 발전적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제적 차원에서 본 연구는 서구 중심의 AI·인류세 담론에 대해 동아시아 사유를 기반으로 한 대안적 세계관을 제시함으로써, 한국 인문학과 비교철학 분야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할 수 있다. 본 연구는 하버드대 세계종교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축적된 종교·생태 연구, 중국 SF와 AI 연구소에서 전개된 기술 윤리 실험, 그리고 서구의 신유물론·사변적 실재론과의 대화를 연결함으로써, 동서 통합적 논의의 실질적 매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게재, 해외 학술대회 발표, 영어 단행본 출간 등을 통해 확산될 수 있으며, AI 윤리·환경인문학·비교철학 분야에서 후속 연구와 국제 협업을 촉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한국 철학 자원의 세계화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조선 후기 실학자 최한기의 기철학—특히 기용운화(器用運化)·인민운화(人民運化)·우주운화(宇宙運化)의 삼기운화(三氣運化)와 이를 하나의 일기운화(一氣運化)로 통합하는 사유는 인간·기술·자연의 상호의존적 관계를 설명하는 매우 훌륭하고 독창적인 시대 예보였다. 본 연구는 이러한 전통 사유를 현대 AI 월드 모델과 접합함으로써, 인간–인공지능–생태의 관계를 설명하는 동서 통합적 세계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는 한국이 보유한 철학적 자원을 지역적 특수성에 머물게 하지 않고, 인류가 직면한 보편적 문제에 응답하는 이론으로 확장하는 시도가 될 것이다. 덧붙이고 싶은 본 연구의 특이한 점이자 강점은, 이런 월드모델을 소설의 상상력 속에서 재점검한다는 점이다. 도교적 생태성과 유교적 관계 윤리가 현대 SF에서 어떻게 재해석되고 있는지를 분석함으로써, 이론 연구의 상상적 확장성도 함께 제시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여성 SF작가 어슐러 르귄의 도교적 생태 서사와 중국 작가 천추판의 『웨이스트 타이드』에 나타난 유교적 관계 윤리는 기술 발전을 성장과 정복의 서사가 아니라, 책임·돌봄·관계의 문제로 재배치한다. 이러한 가상 사고실험 서사는 본 연구가 제시하는 세계모델의 철학적 타당성을 검증하는 인문학적 시뮬레이션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이렇게 본 연구는 인류세와 인공지능이라는 동시대의 두 위기를 분절적으로 다루지 않고, 인간–비인간–기술의 관계망을 재구성하는 통합적 사유 틀을 제시함으로써, 한국 인문학이 세계적 논의에 기여할 수 있는 실질적 전환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요약
(한글 2000자 이내)
본 연구의 목표는 유·불·도로 대표되는 동아시아 삼교의 사유 전통을 토대로, 인공지능 시대에 요구되는 인간–기계–생태 관계를 과정적·관계적 월드 모델로 재구성하는 데 있다. 인공지능은 2022년 LLM(대규모 언어모델)이 폭발적으로 상용화되면서, 언어 처리와 계산 효율, 예측 정확도, 제어 가능성을 중심으로 급격히 발전해왔다. 그러나 기계 행위자(비인간)와 사용자(인간) 사이의 관계 윤리를 정립하는 과제에는 미흡해, 현재 인간과의 상호작용에서 월권이나, 파괴 등의 위험 관리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때문에 최근 인공지능 연구의 흐름은 기존의 대규모 워드 모델(word model)에서, 환경을 인식하고 공간 속에서 작동하며 장기적 관계를 형성하는 월드 모델(world model) 즉 몸을 가진 ‘피지컬 AI’가 환경 속에서 어떤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점차 이동하고 있다. 2024년부터 페이페이 리 등 최일선 AI 연구자들 사이에 나오고 있는 이런 전환의 필요성은 인공지능을 향후 세계 속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조율되어야 할 행위자와 존재로 재사유할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한다.
본 연구는 이러한 전환을 기술적 진화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이해하는 철학적 틀의 변화로 해석하려는 시도이다. 특히 2020년 초반부터 일부 연구자들은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에 기반한 신경과학을 동양적 수양론에 연결시키는 동아시아발 AI의 개발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기계의 인식과 지능이 신체, 감각,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주목할 점은 이 연구자들이 강조하듯, 서구 인지과학 이전부터 동아시아 사유 전통, 특히 유교의 수양론과 도덕 실천론에서 인간과 주변 환경과의 관계적 윤리가 핵심적으로 논의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유교는 인간의 인식과 도덕 판단을 추상적 이성보다 몸과 감정, 습관과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이해했으며, 이러한 체화된 인간 이해는 불교의 수행론과 도교의 양생·자연론에서도 동일하게 발견된다. 불교는 연기와 자비의 관점에서 인식 주체를 고정된 자아가 아닌 관계적 과정으로 이해하며, 도교는 세계를 지배나 통제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흐름과 변화, 기의 순환 속에서 조율되어야 할 장(field)으로 파악해 왔다.
연구자는 이러한 동양 전통의 체화적 사유가 오늘날 월드모델과 피지컬 AI가 직면한 철학적 과제에 새로운 시각을 던져줄 수 있다고 본다. 인공지능이 인간 세계와 함께 ‘운동하고 변형되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 사유가 축적해 온 과정적 세계 이해가 필수적인 이론 자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인간-자연 관계를 상호 변형되고 함께 생성되는 관계망으로 이해해 온 동아시아 사유 전통에 주목하며, 특히 기술과 인간의 관계까지도 통찰했던 최한기의 용어를 빌려 삼기운화(三氣運化)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인간–비인간–기술이 함께 변화하는 과정적 질서를 이론적으로 정식화하고자 한다. 이런 삼기운화를 습득한 인공지능은 ‘음양지능’ 또는 ‘인공지혜’로도 불릴 수 있다.
연구는 연차별로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1년차에는 하버드대 세계종교연구센터에서 1900년대 후반 삼교 생태 사유를 중심으로 해놓은 선행연구를 경유해 인간–자연 관계를 통해 철학적 토대를 확립하고, 생태 위기를 인간 외부의 문제가 아닌 관계적 조건의 문제로 재정식화한다. 2년차에는 체화된 인지, 관계윤리, 장(field) 이론을 중심으로 동아시아발 AI 논의를 본격화하며, 특히 중국 베르그루엔 연구소를 비롯한 국제 연구 동향을 분석해 동양 사유가 인공지능 논의에 제공할 수 있는 이론적 기여를 검토한다. 3–4년차에는 1~2년차에서 검토했던 바, 유불도 삼교가 공유하는 과정론적 존재 이해를 바탕으로 AI 윤리와 시공간 개념을 재구성하고, 5년차에는 한국의 기철학자 최한기의 삼기운화 즉, 천지운화(天地運化),통민운화(通民運化),기용운화(器用運化)이면서 일기운화(一氣運化)인 모델을 차용해, 현대 인공지능 월드 모델 논의와 접합해 인간–AI–생태가 함께 운화하는 통합적 월드 모델을 완성한다.
키워드(Keyword)
(한글 250자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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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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