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 고려대학교 / 밀도 기반 클러스터링(Density-Based Clustering)을 활용한 조선시대 ‘법(法)’ 용례 / 2천만 / 12개월 / 2025 (B유형)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석사
연구목표:
(1) 조선시대 ‘법(法)’ 개념의 중요성
조선시대 ‘법(法)’ 개념은 국가 통치 이념과 성격을 이해하는 핵심이지만, 이를 둘러싼 연구자들의 견해가 분분해 혼란이 적지 않았다. 특히 조선을 예치(禮治) 국가로 보는 시각과, 현대적 의미의 법치(Rule of law) 개념을 적용해 법치국가로 파악하려는 시도가 공존하면서, 각각 다른 의미의 ‘법’을 전제한 채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그 결과 조선은 유교적 법치 국가로 설명되기도 했다. 문제는 예에 대해서는 비교적 많은 연구가 축적된 반면, 법은 주로 현대적 ‘법’ 개념으로 간주되어 상대적으로 연구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동아시아 전통의 법은 서구 근대의 법과 출현 배경이 달라, 이를 동일하게 해석하면 오해가 생길 수 있다. 결국 조선의 법개념은 국가의 성격과 통치 이념을 좌우하는 핵심 키워드로서, 본격적인 연구가 시급한 영역이다.
(2) 조선시대 ‘법’ 개념에 대한 연구자들의 합의 필요
조선의 법은 형벌, 법가(法家)의 법, 현대의 법으로 파악하는 시각이 각각 존재한다. 연구자마다 법의 범위와 의미를 달리 전제하다 보니, 예와 법의 관계나 통치이념 자체에 대한 합의점이 형성되지 못했다. 따라서 시기·사료별로 실제 ‘법’이라는 용어가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 합의하기 위한 체계적인 검토가 필수적이다. 개념이라는 것은 시기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인데, 중국 고대의 형벌의 뜻을 지닌 법, 법가의 법, 현대의 법개념은 모두 조선과는 동떨어진 시대의 산물이다. 이로 인해 조선시대 법제사는 물론 조선이라는 국가의 성격을 오해할 여지가 생긴다. 따라서 조선시대의 법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시기의 사료가 아니라 조선시대에서 사용했던 법의 용례를 파악하고 개념을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3) ‘법’개념 검토를 위한 새로운 디지털 기술의 필요성
대규모 사료를 전수 분석해 조선시대 법개념을 정리하려면, 기존처럼 극히 일부 사료를 선별해 해석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최근에는 워드 임베딩, 밀도 기반 클러스터링(DBSCAN) 등 디지털 인문학 기법을 활용하여 ‘멀리서 읽기’의 방식으로 수만 건의 텍스트를 빠르고 일관성 있게 분류·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조선왕조실록에만 ‘법(法)’이 포함된 기록이 3만 3천 건이 넘는데, 이 전체를 여러 시기·왕대별로 살펴본다면 연구자 개인 역량을 넘는 방대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소화할 수 있다. 이는 개념사 연구에서 흔히 겪는 텍스트 선정의 주관성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의미 지평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4) 연구의 목적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첫째로 기존 연구자들의 ‘법’ 이해와 대표 사료를 재검토하여 조선시대 법개념에 대한 상이한 해석들을 정리하고, 둘째로 밀도 기반 클러스터링을 활용하여 『조선왕조실록』 내 ‘법’ 용례 전수분석 후 조선에서의 법개념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이 과정을 통해 조선시대 법개념과 통치 이념 전반을 재고찰하여 『경국대전』의 성격을 비롯한 법제사의 논점, 나아가 조선이라는 국가의 성격을 보다 정확하게 규명하는 데에 기여하고자 한다.
기대효과:
(1) 연구 결과의 기대효과
조선시대 ‘법(法)’ 개념을 전수 분석함으로써 기존보다 폭넓고 깊이 있는 관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기대효과이다. 즉, 지금까지는 연구자가 선별한 일부 사료에 기초해 결론을 도출했다면, 본 연구는 모든 사료를 대상으로 통시적으로 비교·분석함으로써 법개념의 변화 양상, 중국 고대 및 현대 법개념과의 공통점·차이점을 포괄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법’에 대한 연구자의 이해가 상반된 상태에서 『경국대전』을 일괄적으로 법전이라 지칭해 온 것 등 조선시대 법제사의 논점을 해소하고, 그뿐 아니라 국가 통치 이념과 성격에 대한 재평가까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2) 연구 결과의 활용방안
본 연구에서 제시하는 디지털 분석 기법은 ‘법(法)’ 외에 다른 개념에도 적용 가능하여 새로운 개념사 연구 방법론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특히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전통시대 원문 사료에 대해 표준화된 토크나이저가 거의 없는 현실에서, 용어집과 Sikubert 기반의 분석 도구를 활용해 한문 텍스트를 해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는 각 왕대별·세기별 개념 변화를 추적해 조선시대 법과 제도에 관한 후속 연구를 활성화할 뿐 아니라, 한국 전통시대 한문 사료 전반을 디지털로 다룰 수 있는 토크나이저·분석도구 개발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요약:
(1) 연구의 필요성
조선시대 ‘법(法)’ 개념은 국가 통치 이념을 파악하는 핵심이지만, 현대적 법 개념을 그대로 적용하거나 고대 중국의 법 개념, 법가의 법 개념과 혼동하는 등 연구자마다 정의가 달라 합의가 어려웠다. 예치(禮治)와 법치(法治)를 대립적으로 인식해 온 동아시아 전통, 그리고 일제시기 식민사관에 대한 반동으로 인해 조선을 유교적 법치 국가로 설명하려는 시도까지 더해지면서, ‘법’이라는 단어의 실제 의미와 범위가 자의적으로 해석되어 왔다. 따라서 조선에서 실제로 사용된 법 개념을 명확히 규명하는 작업이 절실하며, 이는 조선 법제사뿐 아니라 국가의 성격과 통치 이념을 재조명하는 데 필수적이다.
(2) 연구의 목적
본 연구는 먼저 기존 연구자들이 다뤄온 ‘법’ 개념과 대표 사료를 재검토하여, 조선의 법개념을 둘러싼 다양한 관점을 정리하고자 한다. 다음으로 『조선왕조실록』 전반에서 클러스터링을 활용하여 ‘법’이 사용된 용례를 모두 추출·분석함으로써, 제한된 사료 선별에서 비롯된 오류를 최소화하고 법개념의 실제 의미와 변화를 폭넓게 살핀다. 마지막으로 이를 통해 조선시대 법개념과 통치 이념을 재고찰하여, 법전으로서 『경국대전』의 성격이나 조선의 국가 운영 원리에 대해 재고할 수 있다.
(3) 연구 내용 및 방법
우선 연구 내용으로는, 『설문해자』 등에서 드러나는 법(法)의 고전적 의미부터 기존 연구에서 다뤘던 대표적인 사료를 다시 분석하고,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법의 다양한 쓰임새를 전부 검토하여 조선시대 법개념이 얼마나 폭넓게 쓰였는지 확인한다.
또한 『조선왕조실록』 원문을 크롤링하고 ‘法’이 포함된 문장을 전처리한 뒤, Sikubert 기반 임베딩과 DBSCAN 알고리즘을 이용해 클러스터링함으로써 텍스트에서 드러나는 법 개념을 분석한다. Sikubert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용어집을 구축해 사료의 토큰을 나누고, 코사인 유사도와 밀도 기반 클러스터링으로 주요 단어나 표현을 시각화함으로써 조선시대 법이 실제로 어떤 맥락에서 쓰였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키워드:
디지털 인문학, 법개념, 예치, 법치, 개념사, 클러스터링
Digital Humanities, Concept of Law, Rule by Rites, Rule of Law, Conceptual History, Cluster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