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진 / 문예지의 구조변동과 한국 소설(가)의 변화 -1993-2012년도 <문예연감> 수록 문예지 소설을 중심으로- / 2025 (B유형)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박형진 / 성균관대학교/ 문예지의 구조변동과 한국 소설(가)의 변화 -1993-2012년도 <문예연감> 수록 문예지 소설을 중심으로- / 2천만 / 12개월 / 2025 (B유형)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석사

연구목표:

본 연구는 민주화 이후 한국 소설 문학장의 변화를 거시적으로 살피기 위한 기초적인 연구 작업으로 1993년부터 2002년까지 주요 ‘문예지’ 소재 소설(가)에 대한 통계자료를 산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데이터 분석을 진행하여 한국 문학장의 변동을 추적하고자 한다. 1990년대는 다른 새로운 감수성과 문학정신을 내세운 문예지들이 다수 등장하여, 이전 시기와는 다른 문학장의 구조를 형성한 시기로 이야기된다. 또한 이들 문예지 소재의 소설들은 격변하던 한국의 정치·사회·문화적 지형을 반영하면서 지금의 한국 문학의 체질과 특성을 구성해 나갔다. 하지만 이러한 1990년대 한국 문예지와 소설(가)의 특성은 개별 문예지와 특정 작가가 구현하려 한 문학 세계에 대한 분석을 통해 투사된 측면이 없지 않았으며, 전체적인 조감과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은 드물었다. 최근에 들어서야 ‘디지털 인문학’의 방법론을 적용한 한국 문학장의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를 위한 기초적인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은 여전히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서 본 연구에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매년 발간하는 <문예연감>에 수록된 문예지 소설 목록을 1993년부터 2002년까지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당대의 사회 변동 및 한국 문학 담론과 연결지어 분석을 진행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 집중적으로 살피고자 하는 문제는 크게 세 가지로 대별된다. 첫째, 1993-2002년까지 문예지 발간 현황과 소설과 소설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한국 문학장의 구조적인 변동을 추적하는 것이다. 둘째, 민주화와 신자유주의화로 특징지어지는 한국 사회의 변화와 맞물린 소설의 특징을 통계적인 접근을 통해 어느 정도로 규명할 수 있을 것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셋째, 1990년대에 구축된 한국 문예지와 소설(가)의 특성이 2020년대에 이르는 시간 속에서 어느 정도 유지되는지, 또는 변화를 겪게 되는지를 비교·대조하는 것이다.
한국 문학에 있어서 1990년대는 한국 사회가 겪은 다양한 변화를 반영하듯, 구조적·담론적으로 커다란 변곡점에 위치해 있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격렬했던 ‘80년대 운동’과 그 주체였던 학생운동세대(386세대)는 1990년을 전후로 한 세계사적 정치적 격변과 혼란 속에서 다양한 정치적·사회적·문화적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이들은 때마침 시작된 문민정부의 적극적인 문화정책에 참여하여 대중문화와 예술계의 일원이 되기도 하였으며, 인문학 연구에 투신하여 한국 사회의 ‘근대’와 ‘탈근대’를 규명하는 커다란 담론을 주도하였다. 또한 새로운 시대를 예감하는 문학과 비평의 기수로 90년대 문학장을 이끌기도 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문예지와 소설에도 반영되었는데, 새로운 시대감각과 미디어에 대한 감수성을 내세운 문예지들이 정부의 지원 하에서 다수 출연하게 된다. 새로운 문예지들의 등장은 기왕의 한국 문단이 가지고 있었던 권력 구도를 재편하면서 남성 엘리트 중심의 비평·소설의 구도와 주제를 상당 부분 변화시키게 된다. 이러한 다양한 변동을 시계열적인 통계 자료와 접속시켜 한국 문학장의 전체적인 구조 속에서 비판적으로 이해해 보는 것이 본 연구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198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한국 사회와 문학 담론을 염두에 두면서, 1993-2002년도 <문예연감>에 수록된 주요 문예지 소재 소설 4170개의 목록과 여기에서 추출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시하고 분석하고자 한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민주화 이후의 한국 문학의 주도적인 흐름과 특성, 2020년대에 이르는 소설가들의 세대적 특징들을 상당부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가시화할 수 있도록 문예지 및 소설의 종별·경향별·저자별 분포를 데이터화하여 한국 문학의 단면을 드러내고, 연구가 다양한 주제와 시대로 확산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할 것이다.

기대효과:

  1. 한국 문학장 변동의 조감을 위한 기초 데이터베이스로서의 활용
    본 연구는 개별 작가나 비평 담론, 문예지의 특성을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던 한국 문학장 연구를 비판적으로 계승하면서, 그동안 전체적인 조감도로서 다루어지지 못했던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 이르는 시기의 소설과 문예지의 구도를 보다 선명화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데이터베이스의 구축과 함께 1990년대 문학장 및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담론과 적극적으로 연계하여 해석을 진행함으로써 한국 문학장을 설명하는 실용적인 자료로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한국 문학장을 떠받치는 질료이자 형식인 소설들, 소설가의 사회학적 위치 등에 대한 분석은 한국 문학장을 이해하는 조감도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2. 문학사 연구를 위한 수량적 기반으로서의 활용
    본 연구는 현 시점에 가까워질수록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확장되고 있는 문학이라는 ‘눈덩이(snowball)’에서 역사를 추출하려는 문학사 연구에도 기여할 수 있다. 시대를 대표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소설들의 형식적·미학적 특성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온 기왕의 문학사 서술은 다대하고 심도 깊은 발견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그러한 서술을 뒷받침할 만한 수량적인 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데이터로 문학사를 서술할 수는 없지만, 데이터 없이 문학사를 서술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한국 문학사에서 중요한 순간으로 여겨지는 1990년대 문학사 연구를 위한 자료로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3. 공동 연구 및 인접 시대 연구로의 확장 가능성
    본 연구는 1993년부터 2002년까지 문예지 소설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해당 시기의 특정 장르에 대한 체계적인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이 가능하게 된다면, 연구의 확장 가능성은 여러 방향으로 열릴 수 있다. 특히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인문학의 데이터 맵핑 방법론을 활용하여 보다 확장되고 심도 있는 공동 연구가 가능하다. 또한 문예지와 소설 뿐만이 아니라 시, 비평과 같은 문학장의 핵심적인 구성 요소나 <문예연감>이 포괄하고 있는 문화 영역 전반에 대한 연구로도 충분히 확장될 여지가 있다. 이와 같은 연구로 이어질 수 있도록 본 연구에서는 체계적인 데이터와 방법론을 구축하고자 한다.
  4. 강의 및 교육 자료로서의 활용성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으로 이어지는 한국 문예지와 소설의 전체상을 목록화하는 작업만으로도 해당 시기 한국 문학 및 한국 사회를 문학을 통해 설명하는 교육 자료로서의 활용 가능할 것이다. 또한 ‘지금, 여기’의 문제를 환기하고 비판적 사유를 심화해 온 문학의 사유 영역을 가시화함으로써 문학 교육 및 프로그램 개발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연구요약:

프랑코 모레티(Franco Moretti)는 ‘세계체제론’을 기본적인 착상으로 삼아 하나이면서 동시에 불균등한 관계로 묶여 있는 세계소설사를 방법적으로 시도한 바 있다. 하나이면서 불균등한, 즉 하나의 문학(괴테와 마르크에게서처럼 단수의 세계문학), 혹은 (상호 연관된 문학들의) 하나의 세계문학 체제는 그러므로 꼼꼼한 읽기가 아니라 사회사로부터 틀을 빌려 와 문학사에 적용하는 ‘멀리서 읽기(distant reading)’를 통해서만 가능해 진다는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로부터 시작된 강력한 언어인 소설의 파급력과 이것과 결합된 고유한 양식들을 그래프·지도·수형도를 통해 계량적으로 확인하고 역사적인 분석의 도구로 삼는다는 그의 작업은 근래에 들어 한국문학 연구에도 직접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 소설에 있어서의 ‘멀리서 읽기’라는 논제와 관련해, 1993년부터 2002년까지의 <문예연감> 소재 문예지 소설 총 4170편을 데이터로 추출·가공 가능한 형태로 입력하는 과정이 선행되었다. <문예연감> 내의 소설 목록에는 소설 제목과 발행지, 호수, 저자 정도가 기재되어 있다. 여기에 1차적으로 소설가의 성별, 출신지역, 문학상 수상여부, 장르 테이블을 입력하였다. 추가적으로 작품명과 수록지의 성격 등을 분석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 정보를 확장해 나갈 것이다.
연구 대상으로 선정한 시기와 관련해서는 <문예연감>의 문예지 소설 목록 작성 기준의 통일성과 함께 문민정부의 시작부터 국민의 정부까지를 포괄하는 시기인 점이 고려되었다. “문화가 곧 생활이고, 생활이 곧 문화인 이른바 총체적 문화의 시대”로 정의된 1993년은 정치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한국사회에서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는 시기였으며, 2002년은 한일월드컵이 개최되고 참여정부가 출범되기 직전이었다. 한편으로 국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시대가 본격적인 개막을 알리고 2001년 9.11 테러가 일어나게 되는 혼란한 상황이기도 하였다. 우루과이 라운드 파동, 버블경제와 외환위기, IMF 구제금융과 비정규직제의 도입, 양극화 시대의 시작을 알렸던 이 시기는 문학 제도적으로는 학생운동 세대의 사회 진입, 문학비평과 연구의 분화, 문예진흥원 문학창작활성화 지원이 시작되는 시기이다. 여러 복합적인 사건과 이슈가 얽혀 있는 시기를 연구의 대상으로 선정함으로써 문예지와 소설이 보여주는 복합적인 면모가 보다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기 <문예연감> 자체의 특징도 변수의 통제와 관련하여 용이하다고 보았다. <문예연감>의 문예지 소설 목록은 시기별로 게재 방식을 달리 한다. 1993년부터 2006년까지는 300편 후반에서 500편 전반으로 비교적 고른 숫자를 보이다가 2007년부터 2013년까지는 700편에서 800편을 웃돌게 되고 2014년부터는 두 배를 훌쩍 넘어서 평균적으로 3000편 내외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변화의 원인은 자료 제공 방식이 변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문예연감> 내에 도표로 제공되던 소설 목록은 2007년도 판부터 엑셀 파일에 입력하는 것으로 변화하였고, 2015년부터는 소설목록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전체 문예지를 대상으로 한 각 장르별 작품의 게재수만을 기재하고 있다. 물론 전체적으로 문예지의 수가 증가하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소설 개수도 증가하는 경향을 띠게 되지만, 25개 내외의 주요 문예지를 중심으로 목록을 작성하고 있는 1993년부터 2002년까지를 연구범위로 확정하기로 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연구 대상의 균질성을 고려하고, 이후 연속되는 연구에서도 명확한 기준이 적용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것이다.
본 연구를 통해 1990년대 한국 문학장의 구조적 변동을 보다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본 연구는 지금까지 구축해 놓은 데이터베이스에 더하여 지방문단의 약화, 대중문화와 접속하는 문예지 소설의 변화과정, 각 문예지별·시기별 대표작가의 정보화, 제목 분석 등과 같은 한국 문학장을 둘러싼 여러 질문들에 통계적인 접근이 가능할 수 있도록 연구를 심화하고자 한다. 또한 이를 기초적인 자료로 삼아 더욱 확장된 연구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토대 연구로서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리하여 본 연구 과정에서 작성되는 <문예연감> 데이터베이스가 개별 연구에서 그치지 않고 한국 문학사 연구 전체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진척시켜 나갈 것이다.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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