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진 / 북미주 초기 한인 디아스포라의 한국어 변이 연구 – <공립신보>, <신한민보>(1905~1965)를 중심으로 – / 2025 박사과정생연구장려금지원사업

정은진 / 고려대학교 / 북미주 초기 한인 디아스포라의 한국어 변이 연구 – <공립신보>, <신한민보>(1905~1965)를 중심으로 – / 40,000 / 24개월 / 2025 박사과정생연구장려금지원사업

연구목표:

본 연구의 목표는 20세기 초 북미주에서 형성된 초기 한인 디아스포라(이주민 집단)의 한국어 변이를 표기적, 어휘적, 문법적 차원에서 분석하고 국어사적, 사회언어학적 의의를 발굴하는 것이다. 북미주 한인 디아스포라는 미국으로 유학, 망명한 인물들과 인삼 상인들, 하와이에 사탕수수밭 노동자로 이주하였다가 미국 본토로 재이주한 노동 이민자가 합해져 1900년대에 처음 형성되었다. 이들은 캘리포니아 각지의 농장, 과수원, 철도 건설장 등에서 노동하다가 도시 자영업에도 종사하였으며 1945년에 약 3,000명의 수를 이루었다. 북미주 한인은 미국 사회의 소수자로 생활하면서도 한인으로서의 강한 정체성을 유지하였으며 수입의 일부를 독립 운동 자금으로 보태는 등 조국의 광복을 위해 헌신하였다.
북미주 초기 한인 디아스포라의 한국어는 역사적으로 독특한 변이를 형성하였다. 한인의 다수가 대한제국 시기나 일제강점기에 한반도를 떠났기 때문에 이들의 한국어에는 20세기 초 한국어의 표기적, 어휘적, 문법적 특징이 남아 있다. 동시에 미국에서 영어와 접촉하면서 영어 어휘가 대거 차용되었으며 영어 어법의 영향을 받아 중간 언어 양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본국과 달리 일본어의 영향과 표기 규범화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자적인 변이를 겪었다는 점에서 국어사적으로 흥미로운 현상을 보여주며, 지리적으로 고립된 북미주 지역에서 한국어와 영어의 언어 접촉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사회언어학적으로도 가치 있는 연구 대상이다.
기존에 북미주 한인에 대해 이민사, 독립운동사, 디아스포라 문학의 관점에서 선행연구가 축적되었으나 그들의 언어에 대해서는 거의 주목되지 못했다. 중앙아시아, 중국, 일본 지역 해외 한인의 한국어 변이나 1960~70년대 이후 미국에 입국한 신이민 세대의 한국어 변이에 대해서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구이민 세대의 한국어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초기 한인의 2, 3세대가 한국어를 계승하지 못하고 언어 교체가 이루어졌으므로 그들의 한국어 변이는 현재 명맥이 거의 끊어진 한국어의 지나간 역사가 되었다. 그러나 20세기 초 한국어가 영어와 접촉하면서 만들어진 독특한 변이는 한반도 밖 지역에서 역사적으로 존재하였던 한국어의 한 갈래이다. 따라서 문헌에 기반한 국어사적 연구 방법으로 북미주 초기 한인 디아스포라의 한국어 변이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려는 것이다.
북미주 초기 한인 디아스포라의 한국어 변이를 분석하기 위한 자료로는 캘리포니아에서 간행된 <공립신보>와 그 후신인 <신한민보>를 선정하였다. <공립신보>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조직된 공립협회의 기관지로 1905년부터 1909년까지 발간되었다. 공립협회가 하와이 합성협회 등과 합동하여 해외 한인을 결집하는 대한인국민회로 개편되면서 <공립신보>가 <신한민보>로 개칭되었다. <신한민보>는 1909년부터 1996년까지 간행되며 북미 지역 한인의 역사를 함께하였다.
본 연구는 북미주에 한인 사회가 성립된 1900년대부터 이민법 개정으로 신이민 세대가 대거 이주하기 직전인 1965년까지의 언어 자료를 분석하여 한국어의 표기적, 어휘적, 문법적 변이와 통시적 변천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공립신보>와 <신한민보>는 한국어 신문이라는 매체적 특징상 자연스러운 구어의 사용을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한인 사회의 전면모가 담겨 있고, 동일한 주체에 의해 오랜 기간 균질하게 발행되었으며, 대규모 데이터라는 점에서 한국어 변이를 체계적, 종합적으로 살펴보기에 적합한 자료라고 판단한다. <공립신보>, <신한민보>에는 보도, 논설, 광고, 경조사, 심인, 개명에 이르기까지 한인 사회의 모든 일상이 담겨 있어 미주 한인의 삶과 언어, 역사를 종합적으로 살필 수 있다. 또한 동일한 체제의 대규모 데이터이므로 문헌 기반 연구의 한계를 보완해 준다.
한국어는 이제 한반도의 공간적 경계를 벗어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언어 화자에 의해 사용되고 있다. 본 연구는 서로 다른 시간적, 공간적 배경에서 형성된 한국어의 다양한 모습을 구체화하고 해외 한국어 변이라는 연구 분야에 공고한 역사적 기반을 제공할 것이다.

기대효과:

본 연구의 학술적 중요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근대 한국어사의 소외된 일면을 조망하여 새로운 사실을 밝힌다. 한국어의 지역적 변이 중 그동안 학계의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한 북미주의 한국어 변이, 특히 선행 연구가 거의 되어 있지 않은 북미주 초기 한인 디아스포라의 한국어 변이에 대한 종합적 검토라는 점에서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할 수 있다.
둘째, 20세기 전반기 미주 한국어 자료의 분석을 위한 배경 자료가 된다. 북미 지역에서 한인이 남긴 광범위한 한국어 자료는 그동안 언어학적으로 거의 주목받지 못하였다. 본 연구에서 20세기 전반기 미주 한인 한국어의 특징을 살펴 정리한다면 미주 지역 한국어 자료의 후속 연구에 참조점과 바탕을 제공해줄 수 있다.
본 연구 결과의 기대 효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해외 지역 한국어 변이 연구를 활성화하고 비교 연구를 촉진한다. 20세기 초 일본, 중국, 러시아에서도 한인이 공동체를 형성하였으며, 이 지역의 한국어 자료에 대해서도 언어학적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20세기 초 다양한 지리적 공간에서의 한국어 변이는 한국어의 역사로서 더욱 주목될 필요가 있으며, 본 연구의 방법과 내용, 결과는 해외 지역 한국어 변이에 대한 비교 연구를 촉진할 수 있다.
둘째, 독립운동사, 이민사, 문학 등 인접 학문과 소통을 강화하고 연구 기반을 제공한다. <공립신보>, <신한민보>를 비롯한 초기 미주 한인 자료는 독립운동사, 이민사, 디아스포라 문학에서도 주목되는 사료이다. 선행연구에서는 자료의 언어적 특이성에 대해 단편적인 관찰이 이루어졌으나 그 원인이나 종합적 특성을 파악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본 연구는 초기 미주 한국어의 전반적인 특성을 밝힘으로써 인접 학문에 유익한 배경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다.
셋째, 미주 한인의 삶과 정체성을 이해한다. 미주 한인은 미국에서 삶을 개척하면서 국권 침탈, 일제강점, 전쟁, 분단이라는 한국사의 굴곡을 지켜보았다. 그들이 국어 학교를 세워 한인 2세에게 국어를 교육한 점을 생각하면 한국어는 그들에게 한인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수단이기도 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미주 한인의 언어를 통해, 먼 타지에서 나라를 잃고 살면서도 한인으로 살아가고자 하였던 그들의 정체성과 삶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다.
본 연구 결과는 두 가지 측면에서 향후 발전 방향 및 계획을 가지고 있다.
첫째, 북미주 지역 한국어 자료 연구의 장르적 확장이다. 본 연구는 신문 자료를 중심으로 한국어 변이를 분석하지만 향후 소설 등 다른 장르로 연구를 확장하여 20세기 전반기 북미주 한국어 자료에 대한 종합적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한인 1세대 작가인 전낙청은 이주와 미국 생활을 배경으로 1917~37년에 14편의 소설, 수필을 남겼다. 작품에는 영어의 간섭, 코드 전환, 혼용 등 미주 한인의 일상 언어가 더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본 연구의 결과가 잡지, 소설, 수필 등 자연스러운 언어 사용이 드러나는 자료에서는 어떻게 적용되는지 살펴봄으로써 북미주 초기 한인 디아스포라 한국어의 총체적인 모습을 그려낼 수 있다.
둘째, 북미주 이외 지역 한국어 자료로의 지역적 확장이다. 20세기 전반기 해외 지역에서 간행된 한국어 신문 자료로는 러시아 신한촌의 <해조신문>, <대동공보>, <권업신문>, 상해 <독립신문>, <구망일보> 등이 있는데, 이들 자료로도 연구 범위를 확장하여 해외 지역 한국어 변이의 공통적, 개별적 양상을 파악할 수 있다.
연구자는 미국에 가장 먼저 도착한 한인들의 족적을 따라가면서, 미주 한인의 독립운동이나 이민자로서의 행적은 널리 알려져 있으나 정작 그들의 언어는 흐릿한 상태로 묻혀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연구자는 박사학위 논문을 시작으로 미주 한인의 한국어 자료라는 새로운 분야에 조명을 비추고자 한다.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어의 사라진 한 변이를 가능한 뚜렷하고 체계적인 모습으로 소개하여 미주 한인의 한국어 자료에 전문성을 갖춘 연구자로서 학계에 기여하고자 한다.

연구요약:

본 연구의 목적은 20세기 초 북미주에서 형성된 초기 한인 디아스포라(이주민 집단)의 한국어 변이를 표기적, 어휘적, 문법적 차원에서 분석하고 국어사적, 사회언어학적 의의를 발굴하는 것이다. 연구의 내용은 1905~1965년 발간된 <공립신보>, <신한민보>에 나타나는 한국어 변이를 통시적으로 관찰하고 유형별로 기술한 뒤 현상을 해석하는 것이다. 표기, 어휘, 문법의 층위에서 나타나는 자료의 언어적 특징은 크게 영어 어휘의 광범위한 차용, 영어 어법의 영향 및 간섭, 20세기 초 한국어의 보수성 및 비개신성으로 요약된다.
첫째로 두 자료에는 이른 시기부터 광범위한 영어 단어의 차용이 발견된다. 영어 차용 어휘는 초기 이주민 집단의 삶을 반영하여 농업 관련 용어나 사용 빈도가 높은 단위명사, 고유명사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며, 시간이 흐를수록 모든 분야의 일상어에 광범위하게 침투된다. 외국 지명도 영어 발음 기반으로 정착되는 등 영어 차용어의 정착 및 사용 양상이 본국과 차이가 있다.
둘째로 한국어가 영어 어법에 간섭을 받아 다양한 중간 언어 양상이 나타난다. 용언 활용의 오류 등 한국어 사용에 문법적 오류가 발견되기도 하고, 영어의 표현이나 문법 요소가 한국어로 직역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한국어와 다른 영어 단어의 의미가 간섭을 일으키거나 영어의 문장 구조가 한국어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보인다. 이러한 경향성은 후대로 갈수록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된다.
셋째로 20세기 초 한국어의 언어적 관습과 표기법이 유지되고, 비개신형 어휘가 사용된다. 특히 표기의 경우 아래아를 비롯한 개화기 표기법이 1969년까지 지속된다는 점에서 표기 규범화의 영향이 미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어휘적으로는 전통 사회에서 사용되던 어휘, 음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어휘, 일본어 차용어의 영향을 받지 않은 어휘가 쓰여 어휘 변화의 보수성을 보여 준다. 문법적으로도 종결어미와 상투어 등 관습적인 언어 형식과 의고적인 어법이 오래 보존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상의 특성을 지닌 한국어 변이를 살펴보기 위한 연구 방법으로는 질적 접근과 양적 접근을 모두 활용한다. 질적 접근으로서 61년 간 평균 주 1회, 4면으로 발간된 신문 데이터를 모두 확인하여 특징적인 사례를 포착하고, 개별 사례를 유형에 따라 분류하여 전체적인 양상과 추이를 기술한 뒤 현상의 원인을 해석한다. 한편 양적 분석이 필요한 항목에 대해서는 적합한 데이터를 부분적으로 구축한다. 표기법의 개신을 계량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매 해 처음 발행된 1호를 표본으로 추출하여 입력 자료로 구축하고 표기법을 비교한다. 또한 비개신형 어휘와 영어 차용어, 지명 표기에 대해서는 양적 데이터를 따로 구축하여 비교와 분석에 활용한다.
본 연구는 문헌 연구를 기반으로 20세기 한국어의 역사적 변천을 분석하므로 국어사의 통시적 연구 방법을 전제한다. 한국어와 영어의 접촉으로 인한 변이를 다루므로 접촉언어학 등 사회언어학 이론에도 바탕을 둔다. <공립신보>, <신한민보>는 그 자체로 북미주 한인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담고 있는 기록인 만큼, 연구를 위해서는 미주 한인 사회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연구의 모든 과정에서 미주 한인에 대한 독립운동사, 이민사 연구를 폭넓게 섭렵한다.
한편 미주 한인의 언어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하여 비슷한 시기 발행된 자료를 두루 확인하며 객관성을 확보한다. 연구자는 2024~2025년 1년 간 미국 하버드옌칭연구소에 방문연구원으로 재직하였기에 미주 한인의 언어 자료에 접근이 용이하였으며, 워싱턴 D.C.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캘리포니아 대한인국민회와 USC 한국학연구소 등 미주 한인의 역사가 담긴 현장을 차례로 답사하였다. 그 결과 신문, 잡지, 한국어 교재, 소설, 개인 기록, 사진 자료 등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한인 디아스포라 자료를 폭넓게 확인할 수 있었다. 각 기관에서 수집한 한인 디아스포라 자료들은 박사논문 집필 및 후속 연구를 위하여 지속적으로 활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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