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요약문
연구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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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를 활용한 문학 창작이 증가하면서 문학 텍스트의 생산 방식과 창작 주체의 위상은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포스트구조주의 이후 저자성 논의는 작품의 의미를 단일한 저자의 의도에서 찾지 않게 되었으며, 의미 형성의 문제는 독자의 해석과 담론의 차원에서 다루어져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성형 AI 환경에서는 텍스트가 어떠한 판단과 선택을 거쳐 이 형태로 완결되었는지, 다시 말해 의미가 아니라 선택과 책임이 귀속되는 지점이 무엇인가라는 문제가 새롭게 부상한다. 이에 따라 기존의 ‘저자성 Autorschaft’ 개념이 작동해 온 창작, 책임, 주체성의 조건은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작가의 판단과 선택을 중심으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의 AI 저자성 논의는 대체로 AI가 생성한 출력값에 대해 인간이 선택과 승인을 수행했다는 점을 근거로 책임 귀속을 설명해 왔다. 이 과정에서 선택은 인간 주체가 개입했다는 최소한의 증거로서 저자성을 유지하기 위한 논리적 장치로 활용되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에서 선택은 책임 논의를 정당화하는 결과적 승인 행위 정도로 기능했을 뿐, 그 사고 과정과 판단의 경로는 독립적인 분석 대상으로 다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생성형 AI 환경에서는 텍스트의 의미를 해석하는 문제를 넘어, AI 개입 속에서 텍스트를 작성하고 완결하는 판단이 어떠한 주체의 행위로 이해되어야 하는지가 핵심적인 문제가 된다. 본 연구는 이러한 저자의 선택이 형성되는 사유 과정과 판단 구조가 기존 AI 저자성 논의에서 충분히 분석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본 연구는 생성형 AI 창작을 둘러싼 이론적 논의와 실천적 사례를 대조적으로 분석한다. 구체적으로는 AI 텍스트의 저자성을 기술적 인과관계의 문제로 재정식화한 ‘한네스 바요르 Hannes Bajohr’의 ‘인과적 저자성 kausale Autorschaft’ 개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한편, 생성형 AI와의 협업 과정을 직접 기록한 ‘다니엘 켈만 Daniel Kehlmann’의 나의 알고리즘과 나 Mein Algorithmus und ich(2021)를 주요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 바요르는 선택을 기술적 승인과 인과적 기여의 문제로 환원함으로써 저자적 책임의 불확실성을 드러내지만, 저자의 판단 과정은 설명하지 않는다. 켈만은 선택을 작가의 체험적 결단으로 제시하며 책임의 감각을 강조하지만, 그 판단을 이론적으로 규명하지 않는다. 이처럼 상이한 접근은 저자의 선택이 어떠한 판단 조건과 과정을 통해 저자성을 구성하는 판단으로 이해될 수 있는지를 추가로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본 연구는 이 두 입장을 교차 분석함으로써, 생성형 AI 환경에서의 선택이 단순한 승인 행위가 아니라 어떠한 조건과 판단 기준 아래에서 작동하는 복합적 사고 과정인지를 규명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선택을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보며, 그 과정이 어떻게 저자의 정체성과 책임 의식으로 귀결되는지를 ‘파울 리쾨르 Paul Ricoeur’의 서사적 정체성 개념을 통해 해석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 본 연구는 생성형 AI 시대 저자성을 기술적 승인이나 책임 귀속의 문제를 넘어, ‘작가의 정체성과 책임이 가장 응축되는 서사적 판단의 과정’으로 전환함으로써, 생성형 AI 환경에서의 저자성 논의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는 이론적 틀을 제시하는 것을 연구의 목표로 삼는다.
기대효과
(한글 2000자 이내)
생성형 AI 환경에서 저자의 역할을 ‘텍스트 생성 능력’이 아니라 ‘선택과 승인, 그리고 책임의 판단 행위’로 규정하는 것은, 기술적 조건 속에서도 문학적 책임이 어떠한 방식으로 성립하는지를 규명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학술적 의의가 있다. 이를 통해 기존의 기술 중심 AI 논의에서 상대적으로 간과되어 온 저자성의 책임 귀속 문제를 이론적으로 정식화한다. 이를 통해 저자성을 단순한 법적 주체나 창작의 기원으로 이해하는 관점을 넘어, 판단과 책임의 과정으로 재사유할 수 있는 분석 틀을 제시한다.
특히 본 연구는 바요르의 저자성 이론과 켈만의 AI 창작 실험을 교차 분석함으로써, 동일한 기술 조건하에서도 저자의 판단 방식에 따라 상이한 책임 개념과 문학적 태도가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분석은 생성형 AI를 둘러싼 기술적 불안을 일시적 현상이나 새로운 위기로 파악하는 데서 나아가, 인간이 기술과의 관계 속에서 반복적으로 경험해 온 자기 이해의 문제로 사유해 온 독일 문학의 철학적 전통이 동시대 AI 담론에서도 여전히 유효함을 확인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본 연구는 AI 시대 문학 연구가 기술 담론과 단절되지 않으면서도, 인간 주체의 판단과 책임을 중심으로 사유할 수 있는 학문적 위상을 재확인한다.
아울러 본 연구에서 제시된 분석 틀은 후속 연구로의 확장 가능성을 지닌다. 후속 연구에서는 바요르의 AI 공동창작 소설 베를린, 마이애미 Berlin, Miami(2023)를 대상으로, AI 생성 텍스트가 미학적으로 승인되는 근거가 저자성의 어떠한 판단 요소들(미적 판단, 창작 태도, 책임 인식)의 조합과 위계에 의해 구성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AI 창작 텍스트에 대한 승인과 책임 귀속이 단일한 기술 조건이나 결과물의 특성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판단 구조와 가치 위계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보다 정밀하게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분석 결과는 대학 문학교육 현장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한 글쓰기 및 비평 수업을 설계하는 데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AI의 결과물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넘어, 선택과 승인, 책임의 문제를 성찰하도록 유도함으로써 학습자가 AI 시대에 요구되는 주체적 판단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교육적 기반을 제시한다. 이는 인문학적 사고와 책임 의식을 함께 함양하는 방향으로의 교육적 전환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요약
(한글 2000자 이내)
본 연구는 생성형 AI 환경에서 저자의 ‘선택’이 어떠한 조건과 단계를 거쳐 문학적 책임의 근거로 기능하는지를 구조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특히 본 연구는 켈만의 AI 창작 실험이라는 실천적 사례와, 동일한 AI 창작 조건에서 책임의 귀속에 대해 상이한 결론에 도달하는 바요르의 이론을 대조 분석한다. 아울러 본 연구는 선택이라는 결과적 행위뿐 아니라, 그 선택이 가능해지기까지의 선행 조건과 사고의 경로를 함께 연구 문제로 설정한다.
켈만은 텍스트 생성 공정이 작가의 주체적 선택을 통해 완결된다고 보며, 문학적 책임이 최종적으로 작가에게 귀속된다고 판단한다. 반면 바요르는 저자의 선택 이전에 이미 알고리즘에 의해 텍스트가 출력되는 기술적 조건에 주목하며, 책임을 온전히 작가에게 귀속시키기 어렵다고 보고 이를 ‘인과적 저자성’으로 개념화한다. 두 입장은 모두 ‘선택’을 책임 귀속의 핵심 기제로 삼지만, 선택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사고가 어떠한 단계와 조건 속에서 형성되는지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본 연구는 바로 이 지점을 이론적 공백으로 규정한다.
이에 본 연구는 리쾨르의 서사 철학을 분석 틀로 삼아, 켈만과 바요르가 충분히 다루지 않은 작가의 선택이 실제로 작동하는 원리를 탐색한다. 본 연구는 텍스트 생성의 기술적 조건을 설명하는 이론과, 생성 이후 선택과 책임을 설명하는 해석학적 이론을 분리하여 결합하는 방식으로 분석 틀을 구성한다. 분석 대상은 켈만의 나의 알고리즘과 나이다.
우선, 바요르의 ‘인과적 저자성’이 제시하는 기술적 조건을 검토하고, 이를 리쾨르의 ‘서사적 자기화’ 개념을 통해 확장하여 분석한다. 이를 위해 AI 출력 문장 가운데 저자에 의해 최종 채택된 단락들을 중심으로, AI 산출물이 어떠한 판단 과정을 거쳐 저자의 서사로 편입되는지를 추적한다. 다음으로, 켈만의 텍스트 전반에서 나타나는 ‘선택’과 ‘거부’의 지점들을 동일한 위계에서 고찰한다. 본 연구는 선택과 거부를 상충하는 행위로 보지 않고, “이 서사가 나다운가?”라는 질문에 응답하는 동등한 무게의 주체적 판단으로 파악함으로써, 거부 역시 저자성을 유지하는 핵심적 판단 행위임을 밝힌다.
마지막으로, 생성형 AI 창작과정이 선택 이전에 하나의 선행 단계를 전제하고 있음을 분석한다. 프롬프트 입력단계에서의 개입은 단순한 기술 조작이 아니라, 이후의 선택과 자기화가 요청되는 조건으로 기능한다. 켈만이 별도의 지침 없이 AI의 자율적 생성에 의존한 사례는, 저자성이 사전적 설계가 아니라 사후적 해석과 선택의 과정에서 구성됨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AI 시대의 저자성이 단순한 선택 행위에 그치지 않고, 텍스트의 생성 전후에 걸쳐 이루어지는 판단의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음을 밝힌다. 이를 통해 AI 시대의 저자는 자신이 생성하지 않은 텍스트에 대해 선택·해석·승인을 수행하는 주체로서, 문학적 책임이 어떻게 성립하는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키워드(Keyw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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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문학, 생성형 AI, 저자성, 다니엘 켈만, 한네스 바요르, 인과적 저자성, 서사적 정체성
키워드
(영어 500자 이내)
German Literature, Generative AI, Authorship, Daniel Kehlmann, Hannes Bajohr, Causal Authorship, Narrative Ident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