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영 / 한국항공대학교 / 조선시대 제화시(題畫詩) 자료 구축과 데이터 모델링을 통한 의미 연결망 연구 / 2026 신진연구자지원사업(인문사회) / 75,060 / 36개월 / 2026 신진연구자지원사업(인문사회)
연구목표
본 연구는 조선시대 제화시 자료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데이터 모델링을 적용하여 제화시 텍스트에 나타난 그림의 상징의미와 그 소통 양상을 분석하고자 한다. 나아가 제화시에 표현된 사물 상징을 구조주의 언어적 관점에서 고찰함으로써, 통시적 시대 흐름과 공시적 사회 관계를 반영한 조선시대 제화시의 의미 연결망을 해석하는 것이 목적이다.
제화시(題畫詩)는 시인이 그림을 제재(題材)로 삼아 떠오른 생각과 감정을 압축적인 형태의 시구로 표현한 것이다. 그림을 시적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제화시의 형상화 과정은 보다 복잡하고 흥미롭다. 사물과 도상, 화면(畵面)과 화의(畵意), 화인(畵人)과 시인 등 그림을 둘러싼 여러 요소들이 시의 창작 동기와 내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동양화는 하나의 상징체계다. 그림에는 겉으로 드러난 형상[화면] 외에 속뜻[화의]이 담겨있다. 그림을 본 사람들은 이에 대한 상징의미를 공유하며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활용한다. 즉 제화시의 ‘그림’과 ‘시’의 연결 도식에는 이러한 상징의미의 교환과 교류 작용이 집약되어 있다.
한국 제화시는 고려 무신정권 시기부터 창작되기 시작하여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전통적 문예 양식으로 계승·발전되었다. 특히 조선 전기에는 안평대군을 중심으로 집현전 학사들이 그림을 감상하고 시를 짓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제화시가 활발히 창작되었다. 서거정, 김종직, 성현을 비롯한 관각 문인들과, 이행·정사룡 등 후대 문인들, 나아가 신광한·이황·김인후 등 사림 세력 역시 제화시 창작에 참여하며 제화시는 문인 사회 전반의 공통된 문예 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조선 후기에는 회화 양식의 발달과 그림에 대한 관심의 고조로 제화시 역시 양적으로 확대되었다. 만명(晩明) 시기 고동서화(古董書畵) 취미를 비롯한 탈속·심미적인 문인 문화 성행에 따라 서울과 그 부근에서 세거하던 사장계(詞章系) 문사 관료들을 중심으로 회화 애호 풍조를 크게 확산시켰으며, 이러한 경향이 중서(中庶)와 시정(市井)으로까지 퍼지면서 그림을 그리고 수집하고, 이를 완상·감식·품평하는 활동이 활발해졌다.
이에 조선시대 제화시를 대상으로 컴퓨터 정보처리방식을 활용하여 그 의미를 데이터 모델링하고자 한다. 이는 한시를 그림이라는 제재에 따라 유형화하거나 그림을 매개로 문인 간 소통 양상과 시·화 결합의 미학을 분석하는 한시 연구의 기초 작업에 해당한다. 나아가 컴퓨터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제화시의 언어를 그림과 관련된 메타데이터와 연계해 그 관계를 수치화함으로써 객관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전통적인 한시 연구가 주로 연구자의 직관과 선험적인 판단에 의존해왔다면, 디지털 데이터 분석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정량적인 분석 방법을 제공한다. 이에 본 연구는 디지털 인문학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한시 연구에 새롭게 접근하며, 이를 한국 고전문학 전반으로 확장해 각 장르별 연구로 심화‧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기대효과
- 조선시대 제화시 데이터 자료 구축 및 공유
한국 한시에서 제화시 연구는 2000년대 이후 활성화되었으나, 연구 성과가 체계적으로 집적되지 못한 채 개별 연구로 분산되어 왔다. 이에 본 연구는 고려∼조선시대 제화시 텍스트 자료를 일괄 수집·정리하고, 서지사항·목록·텍스트·부가 정보를 데이터화하여 전산상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자 한다. 아울러 오픈 포맷을 통해 자료를 공유·보완함으로써 제화시 자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제화시 연구의 확장과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한다. - 객관적・정량적 지표에 의한 언어의 상징의미 논증
상징은 사회적·역사적 맥락 속에서 형성된 언어적 표현으로, 그 연원과 변이를 규명하기가 쉽지 않다. 제화시는 상징 도상인 그림을 시의 소재로 삼아 상징 의미를 집약적으로 드러내는 문학 갈래이므로, 원문 텍스트를 대상으로 데이터 마이닝을 적용해 수치와 통계, 자료 간 연관관계를 분석함으로써 사물의 상징 의미를 객관적·정량적으로 규명할 수 있다. 이는 연구자의 직관에 의존하던 기존 한시 연구의 한계를 보완하는 방법이며, 2차년도에는 ‘사물–그림–시로 연결되는 상징 언어’를 주제로 한 연구논문을 작성할 계획이다. - 조선시대 문학・예술・사상・문화 네트워크 연결
제화시는 사물·화가·그림·시인 등 여러 요소가 상호 작용하여 형성된 복합적 산물로, 조선시대의 문학·회화·사상·사회·문화가 집약된 텍스트이다. 제화시를 분석함으로써 당대 문예 요소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의미를 형성하는지를 통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3차년도에는 ‘조선시대 문예 네트워크’를 주제로 한 연구논문을 작성할 계획이다. - 디지털 인문학과 학제 간 융・복합적 연구
통섭과 융합의 입체적인 시각의 관점에서 본 연구는 중요하다. 인문학 자료를 컴퓨터 정보처리방식으로 분석함으로써 보다 정밀하고 객관적인 연구를 가능하게 한다. 또한 제화시는 사물·화가·그림·시인 등 다양한 요소가 상호작용하여 형성된 복합적 텍스트로, 회화와 문학, 예술과 철학, 사상과 인문을 아우르는 학제 간 종합 연구가 가능하다 - 한국 제화시사 정립과 현재와의 소통
조선시대 제화시를 출발점으로 차후 연구 범위를 한국 제화시 전반으로 확장하여, 시대별 유형과 특징을 규명하고 한국 제화시사(題畵詩史)를 정립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한다. 아울러 제화시가 지닌 미의식과 변별성을 부각하여 화가·그림·시인 간의 소통 양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교양·인문학 교육은 물론 전시·큐레이션·영상 콘텐츠 등 다양한 문화 영역으로의 활용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연구요약
본 연구는 3단계로 진행되는데, 이를 연차별로 요약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1차년도: 조선시대 제화시 자료 수집 및 정리
먼저 조선시대를 시기에 따라 연차별로 제화시 작품을 목록화할 것이다. 1차년에 조선 전기(14∼15세기), 2차년에 조선 중기(16∼17세기), 3차년에 조선 후기(18∼19세기)로 나누어 순차적으로 제화시 자료를 수집하고, 조선시대 제화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기본 정보를 정리한다. 이때 기본 정보는 시와 관련된 기본 속성값과 시 원문 텍스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부가 정보를 기반으로 제화시 데이터를 산출한다.
이 작업은 1차년도에 중점적으로 자료 수집 방향과 정리 체계를 정립하고, 2∼3차년도에 걸쳐 데이터베이스화를 이어서 진행하여 조선 후기 제화시 목록을 시소러스(Thesaurus)하겠다. 이후 가능하다면 조선 후기 제화시 DB를 많은 사람들이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 클라우드 등을 통해 오픈 포맷(Open Format)으로 공개하고자 한다. - 2차년도: 텍스트 마이닝을 통한 조선시대 제화시 언어 분석
조선시대 제화시 데이터 모델링에 있어 2차년에 먼저 활용할 연구 방법은 텍스트 마이닝(Text mining)이다. 텍스트 마이닝은 단어 빈도, N-gram, TF-IDF, 연결 중심성 등의 방법으로 구체화할 수 있는데, 비정형의 언어 텍스트를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도식화하여 의미를 찾아내는 데 유용한 방법이다.
제화시는 ‘그림’이라는 시각적 상징물을 ‘언어’라는 사회적 상징도구로 표현한다. 즉, 상징을 상징화하는데, 제화시의 언어가 그 산물이다. 본래 한시는 자수와 형식에 규제로 글자 사용에 제약이 크다. 뿐만 아니라 표의(表意)문자인 한자를 사용하기에 단어뿐만 아니라 1음절 단위의 낱글자까지 중요하다. 한시는 창작기법상 용사(用事)와 점화(點化)를 자주 사용하는데, 겉으로 드러나는 글자 의미 이외에 전고(典故)가 함축한 관습적 상징 의미까지 내포되어 있다. 이에 제화시 언어와 관련된 분석은 텍스트 마이닝(Text Mining)을 활용할 것이다.
텍스트 마이닝 적용 대상은 산수도 제화시인데, 조선 후기 산수도는 진경산수(眞景山水)라는 변화의 큰 패러다임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되는 산수・그림・문학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제화시 언어를 통해 실증적으로 분석한다. - 3차년도: 의미 연결망을 활용한 조선시대 제화시 네트워크 구조화
앞서 텍스트 마이닝을 통해 제화시 언어의 코퍼스 빈출 양상을 통해 그 상징언어 양상을 짚었다면, 그다음에는 의미 연결망(Semantic Network)을 통해 제화시의 네트워크를 구조화하고자 한다. 의미 연결망은 텍스트 간 의미를 공유하는 연관 쌍(paired associations based on shared meaning)으로, 텍스트의 용례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볼 때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언어 형식을 노드(nodes)로 나타내고, 그 노드들 간의 연결 관계를 엣지(edge)로 표현하여 그 의미적 연결 관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하는 분석법이다.
그림을 소재로 삼은 제화시는 시 작품 대상인 그림, 그림 속 사물(물건과 사건), 그림을 그린 사람(화가), 그림을 소장한 사람(소장자), 그림을 감상한 사람(시인) 등 여러 방계 정보가 표지되어 있다. 또한 같은 그림을 보고 동시대 교유하던 여러 문인들이 시를 남긴 경우도 있고, 시대를 뛰어넘어 후대에 그림을 평가하거나 추억하는 등의 교차 지점을 보이는 사례도 있다. 이에 제화시를 읽을 때 시대적 상황과 관계적 맥락을 중점에 놓고 읽으면 기존에 보이지 않던 것이 새롭게 보일 때가 많다. 이러한 조선 후기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지표로 제화시를 놓고, 그 네트워크 연결과 변화 양상은 의미 연결망을 통해 시각화하여 제시할 것이다.
의미 연결망 적용 대상은 인물도 제화시인데, 조선 후기 인물도는 초상화와 풍속화에서 인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되는 인물・그림・문학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제화시 네트워크 연결망을 통해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키워드
제화시, 조선시대, 상징과 소통, 데이터 모델링, 의미 연결망
Painting poetry, Joseon Dynasty, Symbolism and Communication, Data Modeling,, Semantic Network Analys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