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라 / 한국외국어대학교(글로벌캠퍼스) / 21세기의 러시아 망명 문학: 러시아 현대 문학장의 재편과 디지털 전환 / 2026 신진연구자지원사업(인문사회) / 56,640 / 36개월 / 2026 신진연구자지원사업(인문사회)
연구목표
2000년대 이후 러시아 현대 문학장은 국내외 정치적·사회적 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구조적 전환을 경험하고 있다. 푸틴 정권의 권위주의적 통치의 강화 속에서 상당수의 러시아 작가가 고국을 떠나 국외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가거나, 러시아에 거주하더라도 해외 출판 및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러시아 현대 문학장의 모습은 1917년 혁명 이후 정치적 격변 속에서 대규모 망명이 발생했던 20세 초반의 러시아 문학계와 겹쳐진다. 러시아 문학의 중요한 생산 주체와 공간이 국외로 이동했던 20세기 초반의 상황과 구조적으로 유사한데, 주지하다시피 혁명 이후 볼셰비키 정권을 피해 많은 지식인과 작가들이 국외로 망명했다.
이러한 공통점을 바탕으로 본 연구는 ‘망명’으로 설명할 수 있는 러시아 문학장의 20세기와 21세기의 교집합을 짚어보고, 다른 한편으로 고유한 시대적 맥락 속에서 시기별 러시아 문학장이 지닌 특징을 비교·분석한다. 이는 러시아 문학장의 구조적 변화, 연속성과 단절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역사적 관점에서 러시아 망명 문학과 21세기 러시아 현대 문학장의 재편을 종합적으로 조망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특히, 21세기 러시아 현대 작가의 국외 문학 활동은 단일한 문학 중심의 형성보다는 다중의 공간과 온라인 플랫폼을 바탕으로 전개된다는 새로운 조건을 포함하고 있다. 21세기의 망명 문학은 20세기적 의미의 ‘지리적 추방의 문학’으로 더 이상 이해될 수 없으며, 디지털 플랫폼과 초국적 출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형성되는 새로운 유형의 문학 생산 양식으로 재개념화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른 구체적인 연구 목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20세기 러시아 망명 문학의 주요 특징을 이론적 기준점으로 설정하고, 이를 21세기 러시아 문학의 특성과 비교하여 망명 문학의 역사적 변형 양상을 규명하고, 망명 문학으로서 2000년대 러시아 현대 문학에서 발견되는 특징을 상술한다.
둘째, 베를린은 20세기와 21세기의 러시아 망명 문학을 이어주는 주요 공간 중 하나다. 베를린을 중심으로 형성된 21세기 러시아 디아스포라 문학의 제도적 구조를 분석하여 베를린이 러시아어 문학 생산의 허브로 기능하는 방식을 살펴본다.
셋째, 텔레그램, 디지털 저널리즘, 전자 출판 등 플랫폼 기반 글쓰기 사례를 분석하여, 21세기 러시아 망명 문학의 디지털화 과정을 구체적으로 추적한다.
넷째, 이러한 분석을 종합하여 러시아 문학 연구를 국가 중심 문학사 모델에서 초국적·플랫폼형 문학사 모델로 확장하는 이론적 틀을 제시하고, 21세기 망명 문학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시한다.
기대효과
본 연구는 21세기 러시아 망명 문학을 개별 작가나 사건의 집합이 아닌, 정치적 조건·공간 이동·디지털 매체 환경의 변화 속에서 재편되는 독립적인 문학장으로 이론화하여 기존 러시아 망명 문학 및 현대 문학장 연구에 지평을 넓힌다. 20세기 망명 문학과의 통시적 비교를 통해 망명 문학의 개념이 ‘지리적 추방의 문학’에서 ‘탈국가적·탈중심적 문학 실천’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제시할 것이다. ▲20세기와 21세기 러시아 망명 문학 비교 분석 논문, ▲베를린을 중심으로 한 러시아 문학장의 구조 분석 논문, ▲러시아 현대 문학계의 디지털 플랫폼 기반 문학 생산·유통에 관한 사례 연구 논문을 집필할 계획이며, 이러한 성과는 러시아 문학 연구뿐 아니라 동유럽 문학, 디아스포라 문학, 비교문학, 문학사회학 연구 전반에 적용 가능한 이론적·방법론적 참조 틀을 제공할 것이다.
나아가 러-우 전쟁 이후 러시아 사회 문화 및 지식인 계층의 분화와 표현의 자유, 검열과 문화 생산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기초 자료를 제공한다. 또한 전쟁 이후 유럽 문화정책과 망명 문화 지원 정책, 국제 문화 교류 및 번역 정책 수립에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연구요약
앞서 상술한 연구 목적과 필요성을 구체화하여 본 연구의 주제를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 20세기와 21세기 망명 문학의 특징 비교
1차년도 연구에서는 20세기 러시아 망명 문학의 역사적 형성 과정을 정리하고, 21세기 러시아 문학의 일반적 특성과 비교한다. 이를 통해 망명 문학의 개념이 어떠한 역사적 조건 속에서 형성되었으며, 21세기에는 어떠한 방식으로 변형되고 있는지를 이론적으로 분석한다. 가장 먼저 주목하고 있는 두 시기의 차이는 조국과 러시아 문학을 대하는 망명 작가의 태도다. 20세기 러시아 망명 문학(1차 시기)은 대체로 러시아 문학의 정통성(orthodoxy)을 해외에서 보존 및 계승한다는 자기 인식을 공유했다. 그러나 21세기 러시아어권 작가들의 해외 이동은 20세기의 망명과는 질적으로 다른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형성된 문학적 이동은 러시아 국가·러시아성·러시아 문학 전통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고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국외로 활동 근거지를 옮긴 다수의 러시아 현대 작가는 러시아 문학의 정통성을 ‘계승하거나 대체하려 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들은 “러시아를 대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한다. 이러한 현상은 기존의 “망명 = 대안적 러시아”라는 문학사적 도식을 흔들며, 망명을 ‘단절(disconnection)’의 실천으로 재정의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2) 러시안 베를린: 러시아 망명 문학장의 과거와 현재
‘베를린’은 20세기와 21세기 러시아 문학을 관통하는 도시다. 널리 알려져 있듯, 20세기의 베를린은 ‘러시아 망명 문단의 수도’로 불릴 만큼 러시아어 출판사와 신문, 문학 단체가 집중된 공간이었으며, 망명 문학의 생산과 유통이 제도적으로 이루어지는 핵심 거점으로 기능했다. 21세기에도 베를린은 러시아 현대 문학장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다만, 오늘날 베를린은 출판과 문단을 통합적으로 조직하는 단일한 중심이 아니라, 작가·텍스트·행사·플랫폼이 일시적으로 교차하고 다시 분산되는 노드(node)로서 작동한다. 이곳에서 러시아 문학은 장기적인 제도나 정착된 공동체를 통해 생산되기보다는, 북페어, 공개 낭독, 토론, 디지털 플랫폼과의 연계를 통해 생성되고 다른 도시 및 온라인 공간으로 확산된다. 동일한 공간이지만 20세기에는 망명 문학의 중심이었으나, 21세기에는 초국적 망명 문학 네트워크를 작동시키는 노드로 전환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개념적 전환은 21세기 러시아 망명 문학이 더 이상 단일한 문학장을 형성하지 않으며, 다중 거점과 이동성을 전제로 하는 새로운 공간적 조건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3) 21세기의 타미즈다트: 온라인 플랫폼 기반 문학 생산과 디지털 유통
3차년도 연구에서는 21세기 러시아 망명 문학의 디지털적 특성을 본격적으로 분석한다. 이를 위해 먼저 20세기 러시아 망명 문학의 핵심 요소였던 정치적 추방, 인쇄 출판 중심의 문화 네트워크, 민족적 정체성의 유지, 귀환 불가능성 등의 조건을 21세기 러시아 문학이 직면한 전쟁, 검열, 플랫폼 기반 유통, 다중적 정체성, 초국적 독자층이라는 새로운 조건과 비교·대조한다. 온라인 네트워크가 발달하지 않았던 20세기와 달리 21세기 러시아 망명 문학은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탈중심적 생산·유통 구조 속에서 전개된다. 오늘날 국외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작가들은 텔레그램, 온라인 매체, 전자 출판, 디지털 저널리즘 등을 활용해 전통적인 출판 제도를 거치지 않고 직접 독자에게 말을 건넨다. 이 과정에서 독자 커뮤니티가 실시간으로 형성되고, 작품은 다중의 공간과 네트워크를 통해 확산된다. 검열 회피 역시 국경 이동의 문제가 아니라 플랫폼 선택과 매체 전략의 문제로 전환된다. 이러한 디지털 기반 문학 실천과 온라인 러시아 문학 저널을 ‘현대형 타미즈다트’로 개념화하여 국가 검열과 제도적 문학장을 우회하는 새로운 출판·연결 방식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키워드
러시아 망명 문학, 21세기 러시아 현대 문학, 디아스포라 문학, 디지털 전환, 텔레그램, 검열, 타미즈다트, 대안 문학, 디지털 문학, 포스트 소비에트
Russian emigre literature, Twenty-first-century Russian literature, Diasporic literature, Digital transformation, Telegram (platform), Censorship, Tamizdat, Alternative literature, Digital literature, Post-Soviet